“쌤 옷이 너무 예쁘시네요”, “찾으시는 커피 있으세요?” 누리꾼들이 사회적 소통망(SNS) 트위터에서 쓴 말들이다. 앞은 ‘간접 높임’의 보기고, 뒤의 예는 이른바 ‘사물 높임’의 보기다. 간접 높임은 주어 명사구의 사물을 통해 소유주를 높일 때 쓰는 경어법으로서 사용에 문제가 없다. 반면 사물 높임은 물건을 높이는 말이기 때문에 절대 써서는 안 된다고 국어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홍보한다.
사실 ‘옷이 예쁘시다’나 ‘커피가 있으시다’는 문장 구조에서 차이가 없다. 주어 자리의 사물 ‘옷’, ‘커피’를 높이려 한 것도 전혀 아니다. 대화 상대방 ‘사람’을 높이기 위해 ‘-시-’를 붙였다. 유명한 표현 ‘고객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또한 ‘고객님’을 최대로 공손히 대우하기 위해 쓴 말이다.
결국 ‘사물 높임’이라는 용어는 ‘계단은 왼쪽에 있으세요’와 같은 말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강조하는 셈이다. 그런데 손님에게 ‘-시-’를 빼고 그냥 ‘있어요’라고 말하면 높임 정도가 낮게 느껴져서 어색하다. 이런 문장에서만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딱딱한 하십시오체 ‘있습니다’를 쓰기가 쉽지 않다. 부드러운 해요체와 함께 ‘-시-’를 이용하여 더 공손하게 높여 대우하기 위해서는 ‘있으세요’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
사물 높임이라는 말은 달리 ‘백화점 높임말’로 부르는데, 백화점 같은 서비스 영역에서 널리 퍼지기 시작한 점에서다. 카페, 병원, 통신사 대리점 등을 거쳐 개인들 사이에서도 “행복한 새해 되세요”나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처럼 자연스럽게 잘 쓰인다. 중세국어에도 있었던 간접 높임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이제 ‘사물 높임’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버리고, 간접 높임의 확대 쓰임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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