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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출만으로는 부족하다

입력
2019.01.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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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수출에서 한국 수출의 비중도 3.4%로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은 세계 6위 수출대국이 됐다. 국내 설비투자와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이룬 성과라 그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수출이 어려운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수출 품목 다변화와 세계경제의 호조 덕분이란다.

그런데 불편하다. 수출 품목 다변화는 그렇다 치고, 세계경제의 호조 덕분에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것 아닌가? 더욱이 언론 보도처럼 수출이 어려운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지만 정작 역대 최고라는 수출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지는 못한 것 같다. 수출이 는다고 일자리가 늘지도, 살림살이가 좋아지지도, 불평등이 개선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OECD 35개국 중 31위로 여전히 높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2015년 이래 계속 높아지고 있다.

수출과 민생의 관계는 수출 품목을 보면 조금은 분명해진다. 반도체, 기계,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은 국내 산업과의 연관 관계가 높지 않다. 이들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재벌 대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수입한 원재료와 중간재를 조립(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산업들이다. 수출 증가가 수입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반도체 같은 핵심 분야는 더 심하다. 최대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6년 기준으로 60%에 이르지만,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17.8%에 그치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9.5%에 불과하다. 반도체 소재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9.2%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이 잘되어도 고용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 13조원을 투자했지만 신규 고용은 650명에 그쳤다. 수출로 인한 이익의 대부분도 재벌 대기업으로 흘러간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3.5%인데 반해 16개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6%에 불과했다.

결국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재벌 대기업이 가져가면서 수출은 민생과 무관한 것이 되었다. 수출 증가가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여성 등 평범한 사람들의 민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제가 세계화되고, 내수시장이 제한된 나라에서 당장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욱이 60년 가까이 수출로 성장한 나라에서 단기간에 내수 중심의 성장체제로 전환할 수도 없다. 당장 재벌 대기업을 해체할 수도 없다. 냉정하게 진단하면 재벌 대기업은 한국 사회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출이 경제를 이끌어 가는 수출독주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국제경제가 불투명하고, 수출이 민생과 무관한 현실에서 경제를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점진적이지만 재벌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수출이 독주하는 한국 경제를 중소기업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는 체제로 만들어 가는 실질적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던 경제민주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신뢰할 수 있는 공당이 되어야 한다. 한국당은 정부 여당과 손잡고 더도 덜도 말고, 2012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공약했던 그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만큼이라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수출 증가에 우리 모두가 행복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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