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포괄적인 평화체제 의제화 유리 판단”
‘정전협정 당사자’ 명시로 중국 참여 길 연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 방식으로 ‘다자 협상’을 공식 제안한 건 미국이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바람에 지난해 끝내 불발된 종전선언을 당장 무리하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발상에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2일 공개한 보고서 ‘2019년 김정은 신년사 분석 및 정세 전망’에서 “북한이 종전선언과 같이 모멘텀을 특정하기보다는 평화체제라는 보다 포괄적인 과정을 의제화 하는 접근이 북미 협상 차원에서 유용하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북한이 평화체제로의 전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염두에 두었느냐”라며 “기존 종전선언 제안이 아직 유효하게 이 부분에 들어갈 것인지 곧바로 평화협정 협상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이 새로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되 상황에 따라 수단은 북한이 융통성 있게 고려하려 하리라는 게 연구원의 짐작이다.
실제 신년사에서 종전선언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지난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혹은 4자 회담의 개최를 추진하기로 남북 정상이 합의했다고 4ㆍ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사실을 감안하면 의외다. 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종전선언이 걸림돌이 됐기 때문인 듯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애초 붙이지 않았던 조건을 미국이 부가해 유리한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했고, 한반도 정전협정의 유지ㆍ관리를 책임지는 유엔군사령부의 존폐와 주한미군의 감축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라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다자 협상의 주체를 ‘정전협정 당사자’로 명시한 건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중국의 참여를 보장하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협상 및 이행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완충하는 장치로 다자 협상 틀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고 더불어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중국의 다자 협상 참여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전날 배포한 자료 ‘2019년 김정은 신년사 특징 분석’에서 이와 관련해 “중국을 평화체제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고 향후 2+2 협상 구도를 추진하겠다는 북한의 의중을 시사한다”며 “남북이 주도해 미국과 중국을 평화체제 협상으로 견인하자는 의미”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앞서 1일 김 위원장은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펑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처음 밝힌 평화 프로세스 구상이다. 평화체제는 종전선언뿐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평화협정 체결, 체제 안전 보장, 군비통제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는 포괄적 개념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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