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강원 정선군 숙암리 알파인센터. 그러나 축제가 끝난 지 10개월여가 지난 2일 경기장 입구에 내걸린 산림복원 반대 현수막과 농성 천막이 올림픽의 흔적을 대신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31일자로 국유림 무상임대 기간이 끝나 불법시설로 전락했다. 1년이 넘도록 산림복원이냐,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존치냐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결과다.
산림청은 조만간 가리왕산 산림복원에 들어갈 방침이다. “2011년 착공 당시 올림픽 후 복원하겠다”던 강원도가 약속을 지킬 때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달 말까지 강원도에 산림복원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산림청은 행정대집행 등 강제 절차도 염에 두고 있다.
강원도는 이에 대해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강원도는 최소 3년만이라도 곤돌라 등을 활용하고 경제성을 평가한 뒤 복원해도 늦지 않는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선군과 사회단체는 지난달 알파인센터 원상복원 반대 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정부가 행정대집행에 나선다면 실력 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되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을 예고하는 사례는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해를 넘겨서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언제 폭발할 지 모를 ‘뇌관’이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부산ㆍ울산ㆍ경남 등 동남권에서는 새해 들어 ‘관문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이 지역은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권 시절 입지를 놓고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사이에서 갈등을 겪은 동남권은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 카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장기 수요예측에서 주민생활과 직결된 안전과 소음 문제까지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김해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부ㆍ울ㆍ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중간보고회 결과를 검토한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들은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조만간 김현미 국토부 장관 면담을 거쳐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증위원회 설치와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경남 김해와 거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연대단체를 꾸려 청와대 앞 항의집회는 물론 항로폐쇄 경고와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는 등 김해신공항 반대 행동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본계획에 중대한 오류가 없다”며 강행할 태세여서 양측의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개혁정책인 ‘국방개혁2.0’도 지역의 반발에 직면했다.
경기 양주시와 주민들이 국방부의 불통을 비난하며 육군 항공부대 이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급기야 헬기 부대 배치반대 대책위원회 등 주민 100여명은 지난달 양주 광적면 가래비시장 일원에서 국방부의 불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일 “국방개혁 2.0을 철저하게 이행해 새로운 강군을 건설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면서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와 용인ㆍ고양ㆍ경남 창원시는 정부가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에 부여한 ‘특례시’는 이름만 그럴싸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자치권 확대에 필요한 재정특례와 행정권한 강화 등이 빠졌다는 이유다. 이들 자치단체는 자치단체 재정수입이 얼마나 늘어 나는지, 시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정확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해당 지역의 광역시와 인근 시군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눈치를 보는 듯한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전히 비대한 힘을 가진 중앙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강행하려는 성향이 강해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말뿐인 소통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현실을 면밀히 살펴본 뒤 정책을 주민들에게 제안하는 구조로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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