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수장의 고언…개혁 성과 지적하며 여권에 쓴소리
문희상 국회의장은 2일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도 심기일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의 절규에 담긴 뜻을 다시 한번 읽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개혁과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여권에 쓴 소리를 한 것이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년 국회 시무식 특강에서 “문재인 정부 3년 차 출발 즈음에 국회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느냐와 상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개혁입법에 미진한 이유가 국회에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여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대통령과 청와대, 문재인 정부의 상징인 촛불정신까지 거론했다. 그는 “개혁입법이 단 한 개라도 되긴 했느냐”며 “촛불혁명의 염원을 제도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개혁입법이 재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 금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혁명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달라진 만큼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의장은 “내가 의장이 되고 의회 정상과 면담을 가진 나라가 20개가 되는데 모든 나라에서 나를 만나려고 기를 쓴다.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다”며 “모두 ‘어떻게 촛불혁명이 가능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이를 민족대도약의 기운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회 민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는 “촛불을 든 1,700만명을 대표해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국회가 없었으면 가능했겠느냐”면서도 “국회는 국회다워야 한다. 쓸데없는 말싸움만 하는 게 국회냐”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이 신뢰하는 기관 중 꼴찌가 국회라는 것도 문제”라며 “임기 중에 국회 신뢰도를 1%라도 올리겠다고 했는데 더 떨어졌더라. 허무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올해가 3ㆍ1운동 100주년이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대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은 “우리 민족이 대도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해인 만큼 모두가 분발해서 심기일전하자”며 “2019년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대분수령으로 대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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