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몰랐다는 주장 당당히 전파
최저임금 산입범위 공방의 본질 흐려
최저임금과 달리 ‘주휴수당폭탄’ 없어
주휴수당을 둘러싸고 열띤 공방이 일었던 지난 세밑, 소상공인 대표를 자처한 이들의 주장은 적잖이 놀라웠다.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이제는 주휴수당까지 강제하고 있다.” “지방 편의점 중에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도 못 주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 말들을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는 종업원들에게 주휴수당을 안 주고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주휴수당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스스로 범법자였음을 시인하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당당하게 전해진다.
이쯤 되니 공방의 본질이 뭔지도 헷갈린다. 적잖은 국민들은 주휴수당 자체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알고 있는 듯하다. 관련 기사들의 온라인 댓글만 봐도 그렇다. 어떤 이는 “꼭 이런 때에 주휴수당이라는 걸 만들어야 하겠느냐”고 따지고, “주휴수당을 주지 말라는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수백 건 달린다. 아마 그들이 노린 것도 이 부분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주휴수당은 대법원 판례를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올해부터 새로 도입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이 보장해 온 노동자의 권리다. 근로기준법 제55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같은 법 제18조 3항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는 유급휴일을 줘야 하고 이에 따른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법이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65년간 유지돼온 법이다. 정부가 연말 시행령을 개정한 건 시간당 최저임금을 환산할 때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시간(주휴시간)을 포함시키라는 것일 뿐, 이전에는 없던 주휴수당을 새로 지급하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면서 올해 실질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33% 오른다고 했다. 작년에 주당 40시간씩 월 174시간을 일하고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해 131만원을 받았던 근로자는 올해 같은 시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뛰고 주휴시간까지 합친 209시간을 곱하면 174만원으로 껑충 뛴다는 계산이다. 언론들도 너도나도 이런 주장을 퍼다 나르는데, 작년엔 없던 주휴수당이 올해부터 생겨났을 때 가능한 억지 통계다. 엄연한 가짜 뉴스다.
요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하는 식당 주인들을 보며 아연실색할 때가 많다. 위생관리는 엉망이고, 요리 실력도 부족하고, 서비스 정신도 형편 없다. 자영업자 750만 시대에 이런 자영업자가 전국 도처에 얼마나 많이 널려있을까 싶다. 혹시 이들조차 식당에 파리가 날리는 이유를 인건비에서 찾으며 너무 어려워서 주휴수당이 뭔지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아닐까. 정작 올해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포함돼 실질 최저임금이 줄어든 사실이나,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액이 늘어난 데 대해서는 입을 꾹 닫으면서. 진짜 화가 나는 건, 그들 주장 어디에도 주휴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종업원들에 대한 미안하고 죄스러운 감정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자는 게 아니다. 주휴수당이 원흉인 것처럼 갑자기 본질을 흐리는 게 비겁하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 주휴수당을 회피하며 근근이 버텨온 식당 주인이라면 백종원씨의 솔루션을 처방 받지 않는 한 최저임금이 동결된다 해도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5일 근무 시대에 과연 주휴수당이 필요한 건지,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그렇다고 가짜 뉴스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서는 곤란하다. 최저임금 폭탄은 있을지언정, 주휴수당 폭탄은 없다.
이영태 뉴스3부문장 ytlee@hankookilbo.com
※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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