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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더 레코드] 우리은행 박혜진 “등 번호 7, 통합 7연패 욕심낼 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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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더 레코드] 우리은행 박혜진 “등 번호 7, 통합 7연패 욕심낼 만하죠?

입력
2019.01.03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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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박혜진이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손가락으로 숫자 7을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우리은행 박혜진이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손가락으로 숫자 7을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아산 우리은행의 가드 박혜진(29ㆍ178㎝)은 이견 없는 2010년대 여자 농구 최고의 선수다. 프로 5년 차인 2012~13시즌 처음 우승한 뒤 6년째 정상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통합 6연패 위업을 이루며 반지 6개와 최우수선수(MVP) 트로피(정규리그 4회ㆍ챔피언 결정전 3회)를 쓸어 담았다.

2019년 새해가 밝았는데도 아직 박혜진의 나이는 만 29세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착실한 몸 관리가 이뤄지면 거뜬히 10년은 더 뛸 수 있고, 여자프로농구 각종 기록은 그의 손에서 새롭게 쓰일 가능성이 크다.

박혜진이 주목하는 숫자는 ‘7’이다. 그의 등 번호이기도 하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의 통합 7연패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박혜진은 “아직 동료들에게 말 못 하고 혼자 마음 속으로 간직한 욕심”이라며 “위성우(48) 감독님이 우리은행에 올 때(2012년)부터 계속 뛰었던 선수가 임영희(39) 언니랑 나랑 둘 뿐인데 올해 우승하면 통합 7연패의 숫자는 내 등 번호, 구단 역대 11번째 우승의 숫자는 영희 언니 등 번호랑 딱 맞는다”고 밝혔다.

박혜진과 임영희는 위 감독의 ‘지옥 훈련’을 견디며 우리은행 천하를 이룬 주역이다. 하지만 둘이 함께 뛸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부터 플레잉 코치로 뛰고 있는 임영희의 은퇴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박혜진은 “영희 언니는 큰 동기부여를 주는 존재”라며 “열살 차이가 나고, 마흔을 바라보는 데도 잘 뛰고 있다. 언니를 보며 30대가 되어도 선수로 저물어가는 나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7’은 통합 7연패 말고도 ‘MVP의 여왕’ 박혜진이 나아갈 길을 의미한다. 박혜진의 정규리그 MVP 4회 수상은 역대 2위다. 최다 수상은 정선민 인천 신한은행 코치의 7회다. 이 기록 돌파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2일 현재 15승3패로 올 시즌도 어김 없이 선두를 질주 중인 우리은행(15승3패)이 7년 연속 정규리그를 제패할 경우 유력한 MVP는 또 박혜진이다. 박혜진은 전 경기에 평균 36분21초를 뛰며 14.7점 6리바운드 4.9어시스트로 팀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박혜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박혜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박혜진은 “팀 성적을 내면 좋은 기회가 오고, 공격과 수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과 책임감을 갖고 있어 MVP도 따라온 것 같다”며 자세를 낮춘 뒤 “정선민 코치님을 따라가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받은 MVP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고, 나만 상을 받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신 지난 시즌 챔프전 MVP 김정은(32)을 강력 추천했다. 박혜진은 “이른 감도 있지만 만약 MVP 후보를 거론하면 정은 언니를 추천하고 싶다”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데도 외국인 선수를 수비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공헌하는 게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록 만이나 존재감으로 볼 때 박혜진이 김정은(12.9점 4.3리바운드 2.2어시스트)보다 앞서 있다. 또 박혜진은 챔프전 MVP를 한 번만 더 차지해도 3회가 돼 타미가 캐칭(은퇴)과 하은주(은퇴)를 뛰어 넘어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개인 타이틀 부문은 역대 1위와 격차가 있지만 박혜진은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통산 최다 어시스트(2,733개ㆍ김지윤)와 3점슛(1,014개ㆍ변연하), 굿디펜스(460개ㆍ박정은, 이종애), 출전 경기(586ㆍ신정자) 등은 20대 후반의 박혜진이 도전해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부문은 어시스트다. 박혜진은 “두 차례 어시스트상을 받았는데, 솔직히 가드로서 센스 있는 선수라고 생각을 안 한다”며 “패스에 눈을 더 뜨고 싶다”고 강조했다. 남녀 농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가드’ 김승현, 이상민, 전주원, 이미선을 보며 뛰어난 기술과 패스 센스 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는 그는 “농구를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덕분에 지금까지 낙오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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