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2월 내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을 조만간 소환한 뒤 이달 하순쯤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김용덕 전 대법관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달 7일 박ㆍ고 전 대법관 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은 수사의 방점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개입 의혹과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소송은 2013년 7월 서울고법이 대법원 취지대로 원고 승소를 선고했음에도, 재상고 5년여 만인 지난해 10월에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다. 검찰은 김 전 대법관을 상대로 당시 선고가 지연된 과정에 대법원 수뇌부의 개입이 있었는지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대법관은 행정처장이던 2013년 12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회의에 참석했고,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차 전 대법관에게 “강제징용 재판 확정 판결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소환해 행정처와 외교부 등이 함께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다방면에서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행정처 압수수색을 통해 2012년과 2013년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확보한 검찰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및 행정처 심의관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문건과 진술 등을 토대로 검찰은 조만간 박ㆍ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 뒤 1월 말쯤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으로 꼽히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를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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