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잔혹한 인종청소 범죄인 ‘홀로코스트’ 비극을 조명한 소설 '나치와 이발사'를 쓴 독일계 유대인 소설가 에트가 힐젠라트가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독일 dpa통신는 힐젠라트의 두번째 부인 마를레네를 인용, 노작가가 지난달 30일 폐렴으로 투병 중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1926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힐젠라트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2세 때 나치 정권 박해를 피해 루마니아로 거주지를 옮겼고 이후 우크라이나로 강제 추방되는 등 고난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일컫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그는 생전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다룬 소설을 주로 썼다. 그의 첫 소설인 ‘밤’(Night)은 유대인 강제 격리지역(게토)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한 유대인의 참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두 번째 소설인 ‘나치와 이발사’(The Nazi and the Barber)는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줬다. 1971년 미국에서 처음 발간돼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렸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의 친위대원(SS)으로 활동하며 유대인 학살에 앞장선 한 독일인이 종전 후 처벌을 피하고자 신분을 감추고 유대인으로 위장해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참혹한 과거를 블랙 유머 방식으로 희화화해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더욱 날카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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