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찾는다면 그게 합격이야.”
사제의 정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강원 춘천시 봉의고 3학년 3반 담임교사와 제자들의 추억이 담긴 ‘사제동행-마지막 선물’ 동영상이다. 지난 20일 게재 이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뷰를 넘을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능이 끝난 교실이 눈물바다가 된 사연은’이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하는 동영상은 고교 시절 자신들을 위해 아껴준 선생님을 위한 제자들의 깜짝 선물. 김병현 교사는 입시에 짓눌린 제자들에게 시를 지어주고, 직접 만든 노래를 들려주는 등 힐링 이벤트를 꾸준히 마련했다. 가족처럼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참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김 교사는 수시 합격자 발표일인 지난달 14일에도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이 래퍼 마미손의 ‘소년 점프’를 패러디한 주인공인 영상을 보여준 것. 김 교사가 재치 있게 개사한 노랫말과 댄스에 제자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던 셈이다.
학생들도 동영상을 준비했다. 감사의 메시지는 물론 나중에 병현쌤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바람까지. 김 교사를 향한 제자들의 마음이 쏟아지자 그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특히 학생들은 동영상에 김 교사의 초등학교 은사인 이루다 교사를 초청, 또 다른 사제 만남을 주선했다. “비록 동영상 속이기는 하지만 평생 은인과의 만남에 또 한번 눈물이 고였다”는 게 김 교사의 이야기다.
잠시 뒤 큰 반전이 일어났다. 거짓말처럼 이 교사가 봉의고 3학년 3반 교실에 들어왔고, 꽃다발과 책을 제자에게 선물했다. 사제의 포웅을 지켜본 학생들은 눈물을 훔치며 큰 박수를 보냈다. “병현아,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 시인의 말처럼 살길 바라네.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서는 교사가 되고. 행복하시게.”
김 교사는 “선생님의 선생님이 나를 기억한 것처럼 나도 지금 제자들을 기억할 것”이라며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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