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두만강 국제철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북선선’(상삼봉-웅기, 180㎞, 표준궤, 지금 함북선의 일부) 남양과 경도선(신경-도문, 528㎞, 표준궤) 도문을 잇는 남양교였다. 한국인이 도문에 들르면 대개 남양교에 다가가 헐벗은 북녘 땅을 바라보며 가슴을 치는데, 작년 12월 26일 판문점에서 남북철도연결 시작을 선언했으니 언젠가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이 다리를 건널 날이 올 것이다.

남양교는 단선 철도교인데(길이 430m), 일제가 1932년 3월 만주국을 수립하자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가 8월 기공하여 이듬해 4월 완공했다. 이어 6월 남양교 하류 약 600m 지점에 도로교(길이 515m)도 가설했다. 일본 토건회사는 일제가 만주를 완전히 장악한 덕택에 중국의 간섭 없이 최신공법을 활용하여 저렴한 비용(42만 3,000원)으로 두 다리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간도의 철도연선은 피로 얼룩졌다. 철도와 교량 건설에 동원된 한중 노동자는 가혹한 사역에 저항했고, 일제침략을 꺼린 연선주민은 열차운행을 공격했다. 한 예로, 항일무장부대는 1933년 4월 18일 황니하(黃泥河)-이도하(二道河) 구간에서 달리는 열차를 습격하여 탈선시키고 내부에 진입하여 일본인 11명을 살해했다. 부대원들은 경도선개통식에 참석할 예정인 만주국 관동군 만철 요인들을 노렸는데, 요인들이 길림에서 숙박하고 16시간 후 이 구간을 통과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만철 측량기사 등이 목숨을 잃었다. 일제 군경은 항일무장세력을 철저히 탄압했다. 요인들은 20일 위자구(葦子溝)에서 열린 돈화-도문 구간 준공식에 참석한 후 남양교를 건너 ‘북선선’을 경유하여 웅기를 방문했다. 일본 거류민들은 열차를 타고 들어오는 이들을 개선장군처럼 환영했다.

두만강 양쪽 한반도와 만주 철도가 직접 연결되자 각종 국제열차가 남양교를 왕래했다. 그 중에서 경성-목단강(牧丹江) 급행열차(27시간 5분 소요), 나진-신경 급행열차(아사히, 13시간 50분), 나진-가목사(佳木斯) 보통열차(24시간 18분), 청진-신경 보통열차(17시간 10분) 등이 성가를 올렸다. 일본군 참모본부는 만주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1938년 8월 남양교 노선을 일본-한반도-만주를 연결하는 새 간선철도로 지정했다. 이에 군인 관료 기술자 노동자 농민 작부 관광객 등이 몰려들었다.

해방 이후 남양교는 국공내전과 6ㆍ25전쟁 때 군대 병참 수송에서 압록강 국제철교에 비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증기기관 화물열차가 남양교를 왕래했는데, 지금은 디젤기관 화물열차가 주 2,3편 부정기적으로 통과한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도문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다채로운 고층빌딩이 빽빽한 반면 북한의 남양은 우중충하고 낡은 저층건물만 듬성듬성하다. 남양교는 70년 동안 두 도시가 극단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쇠락의 늪에 빠졌다.

북한과 중국은 2011년부터 칠보산 대절 열차여행을 시작했다. 함경북도 명천군에 있는 칠보산은 청진에서 약 100㎞ 떨어진 명승지구이고 그 옆 동해안 무수단리는 대포동 미사일 발사기지로 유명하다. 칠보산 관광열차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운행되는데 승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여행객은 15시 30분에 도로교 도문 쪽 입구에 집합하여 걸어서 남양역까지 건너간다. 그곳에서 홍기형(紅旗型) 중국 열차를 타고 칠보산에 가서 숙박 관광한 후 다시 열차로 남양역에 돌아오면 아침 7시다. 출국심사 후 10분 정도 걸어서 도로교를 건너와 도문에서 해산한다.

요즘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국경을 조금 열자, 차비를 들이지 않고 도문과 남양을 왕래하는 하루치기 관광이 인기다. 관광객은 도로교를 걸어서 건너가 주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크게 걸린 남양역사, 6ㆍ25전쟁순교자기념비, 김일성태양상, 남양국제호텔, 시장, 어린이 연극 등을 관람한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 고성능 카메라ㆍ녹음기 등 기록장비와 한국제품의 반입은 철저히 금지된다. 2016년 8월 집중호우로 남양 일대는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온 국제열차 운행도 수개월 중지되었다. 새해를 맞아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철도연결이 정말로 실현되어 남양교에 국제열차가 빈번하게 왕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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