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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경계에서 신호 보내는 환자들 살려야” 안타까운 명의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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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경계에서 신호 보내는 환자들 살려야” 안타까운 명의의 희생

입력
2019.01.01 22:41
수정
2019.01.01 23: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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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강북삼성병원에서 지난해 12월 31일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강북삼성병원에서 지난해 12월 31일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애써온 ‘우울증 명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임 교수는 20여년간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우울증과 관련한 논문 100여편을 발표하는 ‘우울증’ 전문의였다. 대한불안의학회 학술지 편집위원장을 맡는 등 국내 불안의학 학술 발전에 많은 기여 했다. 2011년 개발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보듣말)’의 개발자로, 2017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기도 했다. ‘보듣말’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7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6년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기도 했다. 2012년 미국 연수를 앞두고 발병한 만성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었던 임 교수는 의사이자 동시에 환자로서 우울증을 이해하게 된 경험담을 세상에 공개했고 호응을 얻었다.

임 교수 페이스북에는 생전 작성한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다짐이 담긴 글이 올라와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외롭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길 바라는 절박하게 신호를 보내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외롭게 죽어간다”고 적었다. 이어 “가족, 친구, 동료 등 남은 사람들은 그 때 왜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자신을 자책하고 절망하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먼저 보아주고,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 후 그를 살릴 방법을 찾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고 했다.

임 교수는 또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고, 당신의 삶에 기회를 조금 더 주어 보자고,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며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그 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 이렇게 유달리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퇴원하실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가 어느새 가득 찼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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