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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 첫 육성 언급 속 플랜B 경고 끼운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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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 첫 육성 언급 속 플랜B 경고 끼운 김정은

입력
2019.01.01 20:00
수정
2019.01.01 21:34
1면
0 0

신년사서 “핵무기 생산 않겠다… 미국 오판 땐 새로운 길 모색”

“언제든 미국과 마주앉을 준비” 북미대화 지속 의지에 방점 분석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오전 9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장면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낭독 초반 김 위원장의 뒤로 보이는 시계(위)가 0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방영 8분 이후부터 시간을 확인할 수 없게끔 시계(아래)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오전 9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장면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낭독 초반 김 위원장의 뒤로 보이는 시계(위)가 0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방영 8분 이후부터 시간을 확인할 수 없게끔 시계(아래)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처음 언급했다. 핵실험 중단은 물론 더 이상 핵무기 생산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최근 미국의 유화 손짓에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식의 의지 피력으로 화답했다. 다만 미국이 제재 등 대북 압박을 풀지 않을 경우 새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경고도 병행했다. 소위 ‘플랜 B’ 채택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것이다. 1일 공개된 신년사를 통해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TV 녹화 중계 방송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6ㆍ12 조미(북미)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기 목소리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건 처음이다. 신년사에서 ‘비핵화’가 거론된 것도 2011년(‘조선반도 비핵화 입장ㆍ의지 불변’)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핵무기 4불(不)’을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상 간 대화 용의도 분명히 밝혔다.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계획 언급 등 최근 미국이 발신 중인 일련의 대북 유화 신호에 호응한 셈이다.

하지만 단서가 달렸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신년사는 대화 지속 의지 표명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통일부는 “미측에 ‘상응 행동’을 강조하면서도 북미관계 개선 의사를 적극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핵무기 추가 생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신년사에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고받기’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각오도 명확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거라고 언급한 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양보만을 하지 않을 것이며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카드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이 뭘 내놓을지 답변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북한 내부 불만을 의식한 발언”이라며 “적절한 미국의 답변이 없을 경우 북미 대화의 답보 상태가 장기화하고 핵ㆍ경제 건설 병진노선으로의 회귀 가능성 경고 메시지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플랜 B’가 정말 병진노선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비핵화 목표에 대해서는 후퇴하지 않겠지만 상응 조치가 없는데도 더 나아간 비핵화 조치를 할 수는 없다는 이른바 ‘불역진 비전진’이 북한의 입장”이라며 “제재를 견디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종전(終戰)선언 대신 ‘다자 협상’과 ‘남북 불가침 선언’이 거론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다자 협상은 북한이 처음 밝힌 자신의 평화 프로세스”라며 “중국을 포함한 4자 구도로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협상에 들어오면 종전선언 없이도 비핵화 착수와 평화체제 안착 사이 과도기 안전 보장 문제가 해결된다고 북한이 판단한 것”이라며 “남북 불가침 선언도 남북관계에서 종전선언을 대체하는 안전 보장 장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국제사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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