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국가 지도자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두가 만든 룰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산케이(産經)신문과 라디오 방송인 닛폰(日本)방송을 통해 소개된 ‘신춘대담’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비판한 패널의 질문에 ‘국가 간 룰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담 녹취록에 따르면 일본 내 대표적인 우익 저널리스트인 사쿠라이 요시코(桜井よしこ)가 “북한의 김정은도 꽤 이상한 사람이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도 매우 이상했다”며 “세상에는 여러 리더들이 있어 국제사회(외교)는 그래서 어렵다”고 질문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거론, “국가 지도자가 자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동시에 모두가 (함께) 만든 룰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만의 (룰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경제성장은 불가능하고 안보 면에서도 불안정하게 된다”며 “나아가 자국에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했다. 이에 사쿠라이는 “이제 국제사회는 룰을 지키는 국가들과 룰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나뉘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현재 국제사회에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지도자들이 있어 외교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러나 사쿠라이가 질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아베 총리의 불만이 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0일 발생한 한일 양국 간 ‘레이더 조준’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 아베 총리가 방위성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당시 동영상 공개를 직접 지시한 것도 한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테레비아사히(朝日)방송의 디지털채널인 아베마TV에도 출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한일 간 ‘레이더 조준’ 갈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레이더 조준 여부와 관련해 양국 입장이 엇갈린다는 질문에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照射ㆍ조준해 쏨)는 위험한 행위로 한국 측이 재발 방지책을 확실히 해주기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방위성이 해당 문제를 처음 제기할 때 같은 주장을 폈으나, 아베 총리가 직접 언론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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