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개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책 ‘노견 만세’에 나온 반려견 엠마. 엠마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주인을 따라 동물병원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2018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예쁘게 나온 반려견 ‘꿀꿀이’ 사진에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메시지를 넣어 간단히 새해 카드를 만들었다. 휴대폰 메신저로 새해 인사를 나눌 때 짧은 글과 함께 보내는데 나름(?) 반응이 좋다.

보통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히’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반려인들 사이에는 빼놓을 수 없는 덕담이 있다. 반려동물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특히 노령견이나 노령묘를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선 올 한해도 잘 버텨서 고맙다고,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내년에도 건강하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한다.

올해 열 여섯 살이 된 꿀꿀이는 2017년 12월 말 처음으로 경련증세를 보였다. 새벽에 갑자기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괴로운 듯 소리를 질렀다. 당시 놀란 가슴이 하루가 지나도 진정이 되질 않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황청심원을 먹었다. 이후 비슷한 증상으로 새벽에 응급실을 몇 번 갔지만 잘 버텼다. 며칠 전, 꿀꿀이가 갑자기 거품을 물고 온 몸이 경직되는 증상을 보였다. 새벽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지금은 고비를 넘기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마지막 날 함께 할 수 있는 걸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

친구의 반려견 ‘모모코’는 12월 31일부터 3차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새해를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쉽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인의 반려견 ‘나무’는 대형견으로 올해 열 일곱 살이 됐는데(대형견 일수록 나이를 빨리 먹는다) 몸보다 머리의 노화 속도가 더 빠른지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지인은 “열 여섯 이후부터는 하루 하루가 다르다. 맘을 비우게 되는 일들의 연속”이라며 “세 어르신(나무, 미담, 꿀꿀) 모두 지금처럼 크게 아프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견들을 모시는 우리도 건강하고 굳건히 마음을 먹자”고 우리는 다짐했다.

꿀꿀이 사진으로 만든 새해 카드.

사실 이번에 꿀꿀이가 갑자기 떠나면 어떡하나, 시간을 좀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전에 썼던 글들을 찾아보던 중 2년 전부터 이미 꿀꿀이가 나이가 들었음을 느꼈던 걸 알게 됐다. 또 수의사로부터 “언제 어떻게 잘못돼도 이상한 게 아니다”는 얘길 들었던 게 떠올랐다. 이후로도 수 차례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하며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나 보다. 꿀꿀이가 나이가 들었음을, 언젠간 그날이 온다는 걸 또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걸 남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도 반려동물이 주는 선물인 것 같다. 올해 마지막 날,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을까. 올해도 꿀꿀이 최신 사진으로 2020년 새해 카드를 만들고, 마지막 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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