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성과 없던 신사업팀 다독여 ‘최지우마스크’ 제작


“우리 모두 그만두겠습니다.”
2017년 3월, ㈜진영알앤에스의 전자사업부 직원 10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했다. 권혁전(56)대표는 잠시 갈등했다. 전자사업부는 2013년 말 즈음, 전자파차단 기술과 관련된 벤처회사를 인수해 만든 부서였다. 현대, 기아, 닛산 자동차 1차 밴드에 자동차용 고무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2017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재료비 및 관리비 상승으로 기존 사업만으로는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다. 이에 신규 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면 성과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늘 성공 직전에 미끄러졌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본부장이 고가의 생산설비 지원을 요청했다. “더 이상은 힘들다” 권 대표의 대답에 돌아온 반응은 전원 사표였다. 권 대표는 사업본부장이 들고 온 사표를 받아들였지만, 팀원들을 한 명 한 명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사업본부장 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모두 회사로 복귀했다.
◇ 6년 만의 매출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소기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8년 초, 전자파 차단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올해 1월 스마트폰 기업 A사에 납품할 예정이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H사도 현재 개발 진행 중이다.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원적외선을 활용한 피부미용기기 사업에 진출하였다.
사연이 있다. 2년 전 인근에 원적외선 재료를 생산하는 작은 회사가 생겼다. 권 대표는 업체 사장과 친분이 있어 일주일에 2~3번씩 저녁을 먹은 후 공장을 방문했다. 원적외선 사우나를 하기 위해서였다.
“공중전화 부스 크기만 한 박스에 들어가서 30~40분 정도 찜질을 하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어요. 원적외선 사우나에 매료됐죠. 특히 칙칙했던 피부가 점차 좋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자연스럽게 원적외선을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그 즈음 근적외선과 LED를 이용해 피부를 개선하는 마스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시장성은 충분해 보였다. 문득, LED를 원적외선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 대표는 전국을 다니면서 피부에 가장 적합한 파장대를 가진 원적외선을 찾아서 진영이 개발한 금 증착 기술을 더했다. 전기차와 모바일ㆍIT 기기용 리튬 2차전지에서 음극집전체로 쓰이는 핵심 소재인 동박에 전기적 작용을 활용해 금을 입자형태로 균일하게 흡수시킨 것. 이렇게 만들어진 골드시트는 외부로 방출되는 원적외선을 다시 피부에 균일하게 돌려주는 역할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막상 제품에 적용해보니 의도한 것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금이 열을 낮춰준다는 것입니다. 열을 낮춰주지 않으면 온도가 너무 높아져 자칫 회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금박이 없을 때 온도를 설정 온도에서 15도 이상 올라갔지만 골드시트를 넣었을 땐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깨끗하게 물이 흘러가도록 도랑을 쳤더니 기대도 안 한 가재가 잡힌 셈이죠.”
한국피부과학연구소는 “진영에서 만든 ‘보미라이’는 지금 나오는 어떤 마스크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주변에서 제품을 써본 지인들의 호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최지우를 전속모델로 기용해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였다. 제품을 써본 모 연예기획사에서 “마스크를 사용해보니 화장이 잘 먹는다”면서 구매의사를 밝혀왔다. 벌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모양새다.
또한 피부 미백에 관심이 높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런 성과 덕에 전자사업부는 인원을 대폭 늘렸다. 회식도 했다.
“최근 회식 자리에서 회사를 떠나지 않고 남았던 직원들이 ‘4년 동안 성과가 없었는데 저희를 믿어주셔서 감동했다’고 하더군요. 이 모든 성과가 기업주와 직원 간의 신뢰로 인해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기술에 대한 신뢰 그리고 도전
신뢰의 뿌리는 기술자로서의 공감대였다.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권 대표도 자동차 부품 전문 기술자다. 제대 후 입사한 중소기업에서 배운 고무배합기술을 바탕으로 99㎡(30평)의 공간에 임대공장을 차렸다. 그의 이른 독립은 성실성 덕분이었다.
“고향이 경북 영천에서도 벽촌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게를 지고 일을 했습니다. 공장에 가서도 그렇게 일했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새벽까지 근무했습니다. 제 때 퇴근하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그의 기술이 빛을 발한 건 IMF 때였다. 지금까지 거래하고 있는 D사와 처음 거래를 틀 즈음이었다. D사에 납품하는 회사가 기술적 문제로 곤란을 겪을 때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어 품질 문제가 해결됐다. 그 인연으로 D사에 납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로 공장 규모도 조금씩 늘었다. 1990년 99㎡(30평)에서 시작해 현재는 21,487㎡(6,500평)을 쓰고 있다.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무일푼으로 시작해 기술력 하나로 일구어낸 성과였다.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노력해주었기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을 써본 분들에게 피부탄력과 주름개선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보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를 믿어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원들의 믿음이 있는 한 도전을 계속할 것입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u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