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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공포 벗어나 잠시라도 편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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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공포 벗어나 잠시라도 편해졌으면...”

입력
2019.01.01 15:21
수정
2019.01.01 20:5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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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흥해시장내 갤러리를 꾸민 흥해도시재생대학 1기 동창회장 박상원(56)씨가 전시중인 작품 달항아리를 가리키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 흥해시장내 갤러리를 꾸민 흥해도시재생대학 1기 동창회장 박상원(56)씨가 전시중인 작품 달항아리를 가리키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잠시라도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집니다. 현대화사업으로 쇠락한 흥해시장이 뜯겨나갈 3월까지 단 100일만이라도 행복한 여정을 걷고 싶습니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희망의 전시회를 연 박상원(56)씨는 “우리 스스로 지진 피해와 트라우마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시장 안에 갤러리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12월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시장 안 점포에 ‘시전(市展)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흥해는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의 진앙지다. 100일 동안의 행복을 테마로 한 전시회엔 지역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출품한 그림과 도자기, 조각품 등이 전시 중이다.

전시회는 흥해시장에서 추어탕집을 경영하며 지역활동에 적극 참여해 온 박씨와 문화예술단체인 ㈔예술마당 솔 김현식 대표가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박씨가 동창회장인 포항 흥해도시재생대학 1기 졸업생 23명 중 13명으로 결성된 봉사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흥해도시재생대학은 포항시가 포항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북구 흥해읍 지역의 특별도시재생에 앞서 시민 교육과 주민간 협동을 유도하기 마련한 교육 모임이다.

경북 포항 흥해도시재생대학 1기 동창회장 박상원(56)씨가 지진으로 고통받는 포항 흥해읍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열렸던 행사 현수막과 함께 서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 흥해도시재생대학 1기 동창회장 박상원(56)씨가 지진으로 고통받는 포항 흥해읍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열렸던 행사 현수막과 함께 서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박상원씨는 “언제까지 행정기관에 의지하며 지진 피해를 극복하기 보다 주민들 스스로 일어서자는 뜻에서 갤러리를 열게 됐다”며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진의 공포를 잊고 침체된 시장 분위기와 흥해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염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흥해도시재생대학 봉사단은 쌀쌀한 날씨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약 한 달간 구슬땀을 흘린 결과 작은 전시장을 완성했다. 점포 안을 수리하는데 들어간 자재는 흥해지역 주민들이 지진으로 파손된 집을 고치면서 남은 벽지와 페인트, 목재였다. 작품은 ‘예술마당 솔’에서 대여했다.

지난달 22일 개소식과 함께 문을 연 갤러리에는 그림 등 작품 10여점이 놓였다. 이 밖에도 흥해시장 내 추어탕식당, 수선집, 건어물상회 등 상점 13곳에도 그림이 걸렸다. 이중 옷가게에 걸린 가수 남궁옥분씨의 자화상이 가장 인기다. 이 작품은 예술마당 솔이 경매를 통해 구입해 전시회에 내놓은 것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시장내 한 옷가게에 걸린 가수 남궁옥분씨의 자화상.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시장내 한 옷가게에 걸린 가수 남궁옥분씨의 자화상.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박상원씨는 “시장 상인 대부분이 흥해에 살아 지진으로 모두 피해를 본 사람들이라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창문만 흔들려도 크게 놀랄 정도로 공포에 시달렸지만 갤러리를 연 뒤 그림을 보며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이 나온다”며 “서로 가게의 작품을 보기 위해 상인들끼리 대화도 많이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흥해시장 갤러리는 지금부터 약 100일간 열린다. 포항시가 올 3월부터 국비 11억7,000만원과 시비 7억8,000만원을 들여 흥해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전시장을 비롯해 점포 대부분이 헐리기 때문이다.

그는 흥해도시재생대학 동기들과 100일 이후 진행할 또 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북구 흥해읍 곡강리에 자리한 한동대학교의 협조를 받아 학생들과 활기 넘치는 흥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상원씨는 “삼삼오오 모여 지진의 고통을 딛고 일어설 방법을 생각하면서 ’왜 나만 이런 피해를 겪는가’ 한탄하는 대신 더 많이 웃고 행복을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서로 위로하고 작지만 여러 행사를 통해 즐거움을 나누면서 올해는 흥해가 예전보다 더 활기차고 지명 그대로 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전통시장인 흥해시장 안 한 점포에 꾸며진 갤러리 모습.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전통시장인 흥해시장 안 한 점포에 꾸며진 갤러리 모습.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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