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만 산부인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서울 제일병원은 외래 진료를 중단했고, 인구 14만명 경북 김천에서 유일했던 한 병원의 산후조리원도 문을 닫았다. 저출산 영향에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는 탓이다. 임산부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제일병원은 지난 28일부터 외래 진료 및 검사를 중단했다. 경영난으로 의료진이 대거 병원을 떠난 데다, 매각 협상도 지지부진해 정상 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11월에는 이미 분만실을 폐쇄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폐원이 확정 통보된 건 아니지만, 의료진에게는 일단 1월 19일까지 진료를 보던 환자들을 정리하라는 지시가 내려 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둘째 임신을 계획 중인 김모(35)씨는 “첫째 임신 전부터 제일병원 산부인과를 다녔고 출산 후에도 소아과는 거의 이곳을 이용했다”며 “인근에 분만을 받아주는 병원이 소수이고 신뢰가 가는 병원은 더욱 드물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일병원이 시험관 아기 시술로 유명했던 탓에 온라인 맘카페 등에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보관한 냉동 배아는 어쩌냐’는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제일병원을 되살려달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글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1,700명 이상이 공감한 상태다.
그래도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가뜩이나 분만 산부인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한 곳이 문을 닫으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만실적이 있는 전국 의료기관 수는 2006년 1,119개소에서 지난해 582개소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해마다 50곳 가량씩 없어졌다는 얘기다. 경북 김천에서 유일하게 산부인과ㆍ산후관리센터를 운영했던 김천제일병원도 이날 산후관리센터(산후조리원)의 문을 닫았다. 분만실도 조만간 없앨 예정이다. 이 병원의 분만실이 사라지면 임산부들은 30분~1시간 거리의 구미나 대구에서 ‘원정 출산’을 해야 한다. 첫째 임신을 계획 중인 이지은(29)씨는 “진료를 중단하거나 분만을 하지 않는 병원이 많아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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