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주를 하나의 수식어로 정의 내리기란 힘들다. 모델, 방송인, 뮤지션,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까지. 이마저도 장윤주라는 사람을 모두 담아내기엔 모자랄 정도다.
지난 2018년 한 해, 활발한 예능 활동으로 주목 받았던 장윤주는 본업인 모델 활동 역시 꾸준히 병행하며 ‘톱클래스 모델’의 명성을 이어왔다. 모델에 대한 애정답게 출산 이후 장윤주가 복귀 무대로 선택했던 곳 역시 런웨이였다. 본지와의 신년 단독 인터뷰에서 장윤주는 모델 활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방송으로 한창 바쁠 때 1년 정도 쇼를 못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때를 제외하곤 매 시즌 런웨이 위에 있었죠.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걸 스스로 질문하지 않고, 나이가 어떻게 되건 할 수 있을 때까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출산 직후 무대에 욕심을 많이 냈던 이유는 아이를 낳고 나서 제 스스로 복귀 무대는 패션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어요. 많은분들이 제 복귀작을 ‘신혼일기’로 기억하시겠지만, 제 스스로는 패션쇼로 돌아오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몇 년 전부터는 ‘이 무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던 것 같아요. 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서 즐기고 있죠. 패션쇼에 서려면 관리가 돼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다만 최근 국내외에서 패션쇼가 많이 축소되고 사라져서 그 부분이 속상하죠.“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장윤주는 자신의 뮤지션 활동에 대해 언급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2002년 남궁연 악단 객원싱어로 첫 뮤지션 활동을 시작했던 장윤주는 2008년 첫 앨범 ‘Dream’을 시작으로 2012년 2집 ‘I’m Fine‘, 2017년 ’LISA‘까지 3장의 앨범을 낸 어엿한 ’3집 가수‘다.
”뮤지션 활동을 한 지는 거의 10년이죠. 제 앨범으로 쳤을 때는 3집 가수에요. 앨범에 있어서는 늘 아쉬움이 있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만들고 기획한 작품인데 대중에게 그다지 크게 어필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음악적으로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고, 제 음악이 마니아 음악일 수도 있겠죠. 지금은 ’주변 반응이 어떻든 노래 해야지‘라는 생각이지만, 중간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굉장히 열심히 만들었는데, 늘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제가 잡지 화보에서 수영복을 입고 노출한 모습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대중들에게 제 음악까지 좋아해 달라고 외치는 건 촌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부터 그런 아쉬움을 통달했던 것 같아요. 사실 2집을 발매한 이후에는 앨범을 안 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카를라 브루니를 만나 음악적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 활동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었죠.“
장윤주의 다양한 커리어에 있어 영화 ’베테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첫 연기 도전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천만 배우‘에 등극했기 때문. 자연스레 장윤주의 차기작에도 관심이 모였다.
”10대 때부터 작품 제안은 꾸준히 들어왔었어요. 늘 고사해 오던 중 ’베테랑‘을 만났었는데, 처음에는 ’무한도전‘ 속 예능 이미지의 연장선 같은 느낌 때문에 고사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미팅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님과 너무 말이 잘 통했고, 연기에 부담 갖지 말고 즐겁게 놀아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었어요. 촬영장에서 힘든 것도 없었고, 재미있게 놀았을 뿐인데 생각 이상으로 영화가 잘 돼서.(웃음) 이후에 이런 저런 연기 제안들이 있었는데, 때 마침 임신을 하고 휴식기를 갖던 중이라 복귀를 영화나 드라마로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차후에 작품을 하게 돼도 섣불리 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에요.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위기나, 같이 하는 사람이 중요하니까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종횡무진 행보로 장윤주는 연예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이 같은 행보의 원천으로 가정을 꼽았다. 지난 2015년 디자이너 정승민과 결혼, 2017년 딸 리사를 품에 안은 장윤주는 앞서 ’신혼일기2‘를 통해 단란한 일상을 공개하며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애정을 드러낸 장윤주는 ”저의 밝은 에너지가 가정 안에서 풀어지고, 가정으로부터 힘을 얻고 사랑을 받으면서 잘 순환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정말 가정을 잘 가꾸고 지킨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아직 판단하긴 이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정말 좋아요. 커리어와 리얼 라이프 안에서 오는 건강함들이 잘 어우러진다면 훨씬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거든요.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만큼 멘탈이 건강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우울함도 많았는데, 만약 가정을 이루지 않았다면 그런 마음이 제 안에 더 착색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장윤주는 지난해의 자신에 대한 점수로 ”100점 만점에 91점“을 건넸다. 힘들 때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데 대한 스스로의 보상이었다.
”늘 그렇지만 저는 일할 땐 정말 최선을 다 하는 스타일이에요. 너무 하기 싫은 일이어도 최선을 다 하려고 하죠. 지난 해 역시 모든 방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점수는 91점정도 주고 싶어요. 제가 지난 해 ’파자마 프렌즈‘에서 가족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데, 사실 제가 성격상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완벽하진 않지만 커리어도, 가정에서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역할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잘 하고 있는데도 지칠 때가 있고,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쉬고 싶을 때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중 삼중으로 지칠 때가 많았는데, 남편이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고 가정 내에서 걱정거리가 없어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장윤주는 올해에도 이어질 자신의 활동을 예고하며 ’도전하는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불태웠다. 한계를 깨고 끊임없이 도전할 장윤주의 활약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에는 또 어떤 분야에서 활동을 하게 될 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도전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최근 남편과 나이가 들어도 정착이라는 마음보다는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의 일과 나의 가능성, 재능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기회를 계속 만들어 보려고요. 20대 때는 패션모델에, 30대 때는 방송에 도전했다면 40대에는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돼요. 그게 어떤 것이든 저의 지평이 확장보다는 도전 되어지는 삶이었으면 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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