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7시 30분쯤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살을 애는 듯 한 바람이 두툼한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하는 추운 날임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멋쩍은 듯 고개를 숙이거나 하늘을 쳐다보는 이도 있었지만 이내 함박웃음을 머금고 서로 악수를 하며 어깨를 토닥였다.
이들은 2009년 구조조정 당해 강제로 회사를 떠나야만 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로, 9년 만에 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9년 만의 첫 출근하는 날 이들은 끝내 서로를 얼싸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2018년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 이들은 다시금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이날 복직자는 모두 71명이다. 이들의 복직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로 지난 9월 14일 타결된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자동차노조, 쌍용차회사는 복직 대상 해고자 119명 중 60%인 71명을 2018년 연말까지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 48명을 2019년 상반기에 단계적으로 채용하는 데 합의했다.
9년 만의 복직인 만큼 조촐한 환영식도 열렸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날 출근하는 71명에게 작업복과 하얀색 운동화를 선물했다. 카네이션을 나눠주고, 그간 마음 고생 많았던 가족들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카네이션을 받아 든 71명의 복직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더 열심히 일하며 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곁을 지켜준 당신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감사의 뜻을 다시금 전했다.
복직자 최모(48)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담담했는데 공장 앞에 이렇게 서 있으니 긴장되고 떨린다”며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송모(48)씨도 “이 자리에 서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며 “내 일터로 다시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복직자 중에는 올 6월 말 쌍용차 사태 이후 서른 번째로 세상을 등진 김시중씨의 아들이 포함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오전 8시쯤 축하행사를 마친 이들은 가족과 동료들을 껴안은 뒤 환한 미소를 머금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기존과 많이 변화된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직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보낸다. 현장 투입은 1월 3일부터 시작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복직하는 분들은 이달 초부터 신체검사 등 모든 절차를 마쳐 1월 3일부터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며 “이번 복직이 현 정부의 일자리, 고용창출 정책 기조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우호적인 지원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는 회사 측이 2009년 4월 경영난 등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37%인 2,646명에게 구조조정을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노조원들은 같은 해 5월 21일 공장을 점거하는 옥쇄 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진압에 나서 77일 만에 파업은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64명이 구속되고, 1,66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980여 명은 정리해고 됐다. 이후 쌍용차는 2013년 경영상태가 호전되자 무급휴직자 454명을 시작으로 2016년 40명, 지난해 62명, 올해 26명을 복직시킨바 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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