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어제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을 따지는 여야 의원들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은 12년 만의 일로, ‘김용균법’과 연계한 야당 요구를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해 성사됐다. 때마침 터진 정부의 KT&G 등 민간 기업 인사개입 논란도 있어 이날 운영위는 청문회를 방불케 했고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입증하려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목소리는 컸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도 ‘비위 행위자의 일탈’이라는 논리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른바 ‘저격수’들을 투입한 한국당의 공세는 은행장 등 민간인 사찰,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등 여권인사 첩보 묵살, 공공기관 임원 블랙리스트 작성, 김 수사관 특감반원 채용 등 4대 의혹에 집중됐다. 특히 민간인 사찰 및 첩보 묵살과 관련해 민정수석실 지휘계통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또 임 실장 등은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에 공세가 집중됐다.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부에서 국가권력 타락과 민주주의 파괴를 일삼는 신적폐가 드러났다며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고 김용균씨가 저를 소환했다”고 말한 조 수석은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는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비위 행위자가 징계를 모면하려고 희대의 농간을 부린 게 사태의 핵심이며 검찰수사에서 비위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도 했다. 임 실장도 “본질은 과거 폐습을 못 버린 범죄 혐의자가 생존을 위해 저지른 일탈”이라며 “다만 비리 혐의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엄하게 공직기강을 세우지 못한 점은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종일 난타전을 주고받은 운영위는 결국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일방적 공격과 상투적 방어를 주고받는 설전은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한국당은 특검 등으로 쟁점을 옮겨갈 방침이지만 한 개인의 폭로에만 의존한 공세의 한계를 먼저 되짚어봐야 한다. 여권도 한번의 ‘굿판’으로 위기를 피해갔다고 자신하지 말고 청와대와 당의 기강을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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