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자라는 시금치 ‘섬초’가 특별한 외양과 식감을 가졌다며 상표권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역 특산물을 상표로 등록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더 힘을 받게 됐다.
특허법원 1부(부장 김경란)는 비금농업협동조합이 김모씨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 무효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1996년 섬초를 상표로 등록한 조합 측은 2017년 김씨가 ‘김OO 도초섬초’라는 상표를 등록하자 심판 청구 및 소송을 냈다.
쟁점은 섬초가 다른 상품과의 식별력을 갖춘 상표인지 여부다. 김씨는 “섬초는 ‘겨울철에 재배되는 재래종 시금치’를 뜻하는 관용표장 내지 보통명칭에 해당한다”면서 “섬초라는 명칭이 들어간다고 해서 상표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관용표장이란 ‘초코파이’처럼 처음에는 특정 상표였지만 널리 자유롭게 쓰이면서 다른 상품과의 식별력을 잃은 상표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섬초는 비금도에서 재배된 시금치를 뜻한다”며 “소비자들을 기만할 염려가 있으니 유사 상표 등록을 취소해달라”고 맞섰다.
특허심판원은 “섬초는 ‘재래종 시금치’의 의미를 가지는 관용표장이 됐다” “상표의 출처 표시 기능과 다른 상품과의 식별 기능을 상실했다”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반면, 법원은 특허심판원 결정을 뒤엎고 조합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금도 시금치는 땅바닥에 붙어 옆으로 자라 일반 시금치와 외형상 구분되고, 당도가 높고 잎과 줄기가 두꺼워 식감이 좋아 일반 시금치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섬초가 비금도에서 재배된 시금치로 꾸준히 신문기사에 소개된 점 △2018년 농식품 분야 국가브랜드대상을 수상하며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점 등을 고려해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춘 상표”라고 판단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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