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ㆍ서울시설공단, 한국 상ㆍ장례 문화 전시회 개최
삼베 수의, 유족 완장, 리본ㆍ국화…
지금도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장례 문화와 도구들이 우리 전통문화로 알기 십상이지만 일제 시대에 생겨난 것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올해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 상당수가 남아 있는 상ㆍ장례 문화를 알리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와 산하 시설공단은 이달 20일까지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빼앗긴 길, 한국 상ㆍ장례 문화의 식민지성’ 전시회를 연다고 31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삼베 수의, 유족 완장, 국화 등으로 치장된 영정 같은 오늘날 보편화된 장례문화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 잔재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1934년 11월 ‘의례준칙’을 통해 관혼상제 같은 전통 생활 방식을 일본식으로 바꾸기 전 수의는 고인이 입었던 가장 좋은 비단옷을 사용했다. 유족 완장 역할은 지팡이가 대신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대나무 지팡이, 할머니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었다. 완장은 일제가 군중 시위와 실제 상중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채우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제단에 놓인 영정을 치장한 리본과 국화 대신 전통 장례에는 병풍이 사용됐고 종이꽃인 수파련은 상여 외부를 장식했다. 의례준칙 이후에는 제단에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가 생화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미혜 서라벌대학교 장례서비스학과장은 “많은 시간이 흘러 이미 장례 문화가 정착됐지만 꽃 같은 경우는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가 아닌 다른 꽃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공간은 한 개의 터널 구조물로, 실제보다 마치 먼 길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디자인됐다. 전통 장례용품인 만장(挽章)을 재구성해 길로 엮어 한국 상·장례 문화가 거쳐 온 지난 100여 년 동안의 길을 담아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광복 뒤 한국인은 식민화된 상·장례문화에 대해 성찰해보지 않은 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감독은 "100년 전 그날 고종은 일제 주도의 '국장'으로 왜색화된 저승길을 떠났다. 이는 한국인이 일제에 더 분노한 이유이기도 했다"며 "3·1운동이 고종의 죽음과 장례를 매개로 전개된 만큼 3·1운동 100주년인 올해를 '상·장례의 식민지성' 성찰로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는 우리 장례 문화에 잔존하고 있는 일제의 식민지성을 집중 조명하고 장례 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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