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방송인 돈스파이크가 본업과 예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나는 가수다' 속 김범수의 편곡 파트너 돈스파이크는 지난해 '고기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이제는 음악을 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방송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돈스파이크는 지난해에도 음악인으로서의 자아와 열정을 변함없이 드러내왔다. 돈스파이크의 생각과 고민을 들어봤다.
돈스파이크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다중인격(민수, 민지, Azubwa, Donspike)"라는 문구를 적어놨다. 일상의 말 없고 소심한 민수, 성향과 반대되는 음악을 하는 돈스파이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의 모습은 Azubwa, 정말 가까운 이들에게 보여주는 다정한 민지의 자아가 그것. 돈스파이크의 재밌는 자아 분리가 열일을 가능케 했다.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검증받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구분해놓으니까 스스로 편해졌어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거든요. 상황마다 필요한 저의 모습을 가져오는 게 제게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민수, 민지, Azubwa, 돈스파이크가 모두 저라는 한 사람이라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진 않아요."
돈스파이크는 작업실에서의 모습 만큼이나 공연 무대음악을 지휘하는 모습이 익숙한 프로듀서다.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음악감독을 맡았다. 힘든 스케줄 속 일반적인 공연 무대가 아닌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위한 배의 노력이 필요했음에도 돈스파이크는 어머니의 강력한 추천으로 감사한 제의를 수락했다.
"공연 현장이나 무대에서는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 쓸 게 훨씬 많아요. 특히 올림픽은 상황을 예측하고 경기마다 다른 룰을 숙지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경기와 어우러지면서 음악적인 힘이 더 잘 발휘됐다고 생각해요. 스튜디오에서 히트곡을 만드는 것도 즐겁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음악 연출 쪽이 더 재밌거든요."
최근의 돈스파이크는 '언더나인틴'에서도 음악감독을 맡았다. 돈스파이크는 '언더나인틴'과 '방문교사'에서 가수 지망생들에게 이유 있는 쓴소리도 전했다.
"사람으로서는 '해보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는 주의지만, 작곡가 입장에서는 정확하고 옳은 판단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제가 만난 이 친구 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는 더 많은 지망생들의 기준점을 지켜줄 수 있어요. 꿈을 짓밟고 싶지는 않지만 연예인의 세계가 보는 것만큼 빛나고 아름답지는 않잖아요. 맹목적인 친구들을 이용하는 나쁜 어른들도 많고요. 그런 모습을 보다보니 지금 당장은 안쓰럽게 느껴지더라도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큼은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얘기해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지만 돈스파이크도 1999년 김범수의 1집 프로듀싱 이후 20년을 지내면서 슬럼프나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찾아온 예능이 더욱 소중했다. 돈스파이크는 해외에서 만난 유명 셰프의 말을 빌려 "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라고 말했지만, 예능 출연의 의미는 하나가 더 있었다.
"예능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오지에 가거나 굶어보는 경험을 자의로는 하지 않잖아요. 전문 예능인 분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 밝고 쾌활해진 것도 느껴요. 다만 주영훈, 윤종신 형님처럼 방송과 음악 작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더 단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유튜브 방송 준비부터 고깃집 계획까지 "음악 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웃어보였지만 돈스파이크는 계속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제일 해보고 싶은 건 촬영부터 음악까지 제가 다 만드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는 것"이라는 특별한 바람도 내비쳤다. 예능 활약 만큼이나 돈스파이크의 본업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부른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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