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국내 운전자들은 자동차의 결함이 있을 때 고객이 아닌 '판매자' 혹은 '제조자'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미국의 '레몬법'을 부러워했다.
게다가 억울한 사고 이후 '고객님 과실입니다', '차량은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끝 없는 메라이를 들으며 '특정 회사의 차량을 사지 않겠다'라고 각오를 다지고는 다시 한번 해당 회사의 차량을 사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곧잘 본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동차관리법에에 바로 '한국형 레몬법'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 요건을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중재 절차'가 담기기 때문이다. 일전 강상구 변호사가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설명했던 것처럼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할 경우 고객이 제조사에게 교환 및 환불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인도 후 1년·20,000km 이내의 자동차가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 등에서 발생한 동일 증상의 하자를 2회 이상 수리하였으나 그 하자가 재발한 경우'를 비롯하여 '그 밖에 다른 장치에서 발생한 하자에 대해 3회 이상 수리하였으나 하자가 재발한 경우' 그리고 '각 하자에 대한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이다.
위 세가지 중 하나라도 그 조건을 충족한다면 고객은 자동차 제조·수입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도록 하여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강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이를 담당할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신설하여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을 위한 중재 절차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계약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형 레몬법'에도 명시된 것처럼 '하자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 보장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서면계약에 따라 판매된 자동차'인 경우로 한정된다. 즉, 자동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을 경우 '한국형 레몬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동차 판매 일선에서는 아직까지 '한국형 레몬법'을 위한 계약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국산차 판매 직원과 수입차 판매 직원은 모두 "계약서 개정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먼저 국산차 판매 직원은 "한국형 레몬법 도입 및 시행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판매 일선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계약서를 개정한다'라는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계약서 개정이 의무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더라도 계약서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고객들은 헛된 기대만 갖게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수입차 판매 직원은 "일전 본사 단위에서 진행된 교육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에 대한 내용을 들었는데 정작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사 단위에서는 아직 관련된 변화 및 예정 고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고객들이 한국형 레몬법을 언급하며 문의와 함께 계약 시점을 늦추려는 모습도 있는데, 이에 대해 아직 어떻게 대응하고 설명을 해야할지 전달 받은 사항이 없어 무척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복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아직 '개정된 자동차매매계약서'를 구비 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이 이제 시작된다.
정부가 강한 의지로 이뤄낸 '한국형 레몬법'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자동차매매계약서의 실태를 파악과 개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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