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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감독 “육아는 귀찮고 돈 드는 일인데… 왜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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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감독 “육아는 귀찮고 돈 드는 일인데… 왜 행복할까요?”

입력
2018.12.30 17:58
수정
2018.12.30 21:5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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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차세대 리더

신작 ‘미래의 미라이’ 들고 한국 찾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한국 관객의 응원이 작품 활동에 큰 힘이 된다”며 “더 좋은 작품을 들고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한국 관객의 응원이 작품 활동에 큰 힘이 된다”며 “더 좋은 작품을 들고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아무도 저를 모를 때 제 영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환영해 준 곳이 한국입니다. 12년 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찾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제가 처음 방문한 해외영화제였죠. 한국 관객이 항상 응원해 주고 있다는 걸 마음으로 느낍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끌 차세대 거장으로 불리는 호소다 마모루(51) 감독이 신작 ‘미래의 미라이’(1월 16일 개봉)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호소다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와 ‘썸머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로 한국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필운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호소다 감독은 “한국 관객을 만날 때마다 용기를 많이 얻는다”며 “앞으로도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 그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의 미라이’는 네 살배기 꼬마 쿤이 주인공인 가족 영화다. 엄마, 아빠, 반려견 윳코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쿤에게 어느 날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다. 하지만 귀여운 동생을 만난 기쁨도 잠시, 부모의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긴 쿤은 난생처음 설움을 느낀다. 홀로 토라져서 정원으로 나온 쿤 앞에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가 나타나고, 쿤은 미라이와 함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미래의 미라이’는 다음달 6일 열리는 제76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아시아 영화 최초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라 있다.

‘미래의 미라이’는 여동생을 질투하는 네 살배기 꼬마의 환상 모험을 그린다.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미래의 미라이’는 여동생을 질투하는 네 살배기 꼬마의 환상 모험을 그린다.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호소다 감독은 네 살 아들이 갓 태어난 여동생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쿤과 미라이의 모델은 호소다 감독의 두 아이다. “아이가 없을 때 육아는 매우 귀찮고 자유도 없고 돈 드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낳고 보니 저의 예상이 다 맞더라고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무엇일까, 이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쿤의 여행은 정원에서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영미 아동문학에서 정원을 신비한 세계로 통하는 문으로 묘사한 데서 착안한 설정이다. “아이에게 동화 속 신비한 세계는 전혀 신비하지 않은, 아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곳이에요. 이미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와 꼬마 쿤, 사람으로 변한 반려견 윳코.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와 꼬마 쿤, 사람으로 변한 반려견 윳코.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어린 시절 엄마와 청년 시절 증조할아버지를 만난다. 쿤의 환상 모험은 가족의 뿌리를 찾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순환하고 있고, 결국 한 개인의 인생도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시간의 결과물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가족을 통해 생명의 커다란 순환, 삶을 구성하는 거대한 고리를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영화는 쿤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공이다. 1막은 반려견 윳코, 2막은 미라이, 3막은 엄마, 4막은 아빠, 5막은 쿤이 중심에 있는 5막 구성이다. 그 안에 담긴 정겨운 일상 풍경이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 “일반적인 3막 구성은 모험과 비일상에 어울려요. 이 영화는 모험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끝나는 이야기예요. 일상은 반복적이죠. 그래서 단편 연작 같은 구성을 취하게 됐어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쿤은 가족의 과거를 만나면서 한 뼘 더 성장하고 동생을 받아들이게 된다. 쿤과 미라이를 돌보는 게 서툴기만 했던 엄마와 아빠도 부모로서 성숙해진다. 아빠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맡고 엄마가 회사에 나간다는 설정도 제법 신선하다. 호소다 감독은 “가족의 형태는 가족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가 점점 다양해지는 모습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부터 ‘미래의 미라이’까지 호소다 감독은 감성 드라마와 액션물을 번갈아 만들어 왔다. 차기작은 액션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작품을 만들면 다음엔 정반대 장르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감성 드라마와 액션물을 오가면서 양쪽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요. 위험과 비판이 따르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차기작도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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