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통 당국이 지하철과 버스 무임 승차가 기승을 부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임 승차로 인한 손해가 막심해 재정 위기를 부를 정도지만 이를 타개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에 따르면 올해 지하철과 버스 무임승차 손실금은 2억1,500만달러(약 2,400억원)로 2015년 이후 1억1,000만달러가 늘었다. 지하철 무임 승차객은 하루 20만8,000명으로 2011년 이후 4배나 급증했다. 이는 지하철 이용객의 4% 수준이며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금도 9,600만달러에 달했다.
버스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하루 무임 승차객은 버스 승객의 16%에 해당하는 34만8,000명으로 올해 1억1,9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무임 승차객은 버스 뒷문으로 탑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운전수가 지켜보는 앞문으로 탑승하고도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2008년 버스 운전사 한 명이 요금 문제로 승객과 싸우다 피살된 사례가 있어 버스 운전사들이 무임 승차객과 맞서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처럼 무임 승차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처벌 강화 방안을 두고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 검찰 당국은 올해 초부터 단순 무임승차로 적발된 승객의 경우 기소하지 않고 100달러의 벌금만 부과하기로 했다. 무임 승차로 체포된 시민의 90%가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계에 집중돼 인종차별적 단속이 이뤄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 완화 이후 무임 승차는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교통 당국은 경찰과의 협력하에 특별단속반을 운영하며 무임승차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소수계를 겨냥한 단속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교통카드 발급기의 잦은 고장 등 교통 서비스 질 자체가 떨어져 무임 승차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임 승차에다 우버, 리프트 등 대체 교통수단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MTA의 적자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향후 4년간 4억8,000만 달러의 수입 감소가 예상돼 2022년까지 적자규모가 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MTA는 이 같은 재정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 축소와 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요금 인상 시 무임 승차가 더욱 늘고 승객 자체가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렌스 슈워츠 MTA 이사는 NYT에 “우리는 시민들이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더 크고 분명하게 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우선 서비스 신뢰성을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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