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ㆍ워런 등 상원의원 4명
선거캠프 구성 등 분주한 연말
내달 중 출마 선언 확실시
#트럼프 재선 가능성 낮아지자
유력 야권주자 바이든ㆍ샌더스와
경쟁 구도 만들기 위해 치고나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미국에서 사실상 2020년 대선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권 도전을 꿈꾸는 민주당의 ‘잠룡’들이 수주 내 앞다퉈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대선까지는 아직 2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야당 신예 대권주자들에게는 대선 정국이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주요 대선 주자로 지목돼 온 상원의원 4명의 최근 행보를 집중 보도했다. 향후 정치활동 계획을 확정하고 선거캠프 인력을 모으느라 분주한 연말을 보낸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코리 부커(뉴저지), 커스틴 길리브랜드(뉴욕)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내년 1월 중 대선 출마를 공표할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우선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내고 2016년 상원에 입성한 해리스 의원은 수도 워싱턴DC 인근 볼티모어 또는 애틀랜타에 선거운동본부를 꾸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은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웨스트코스트 사무소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주변 참모들이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동부 표준시간대 지역에 본부를 차리는 게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리스 의원은 또 자신의 ‘정치적 약점’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과거 공직 재임 시절 때의 업무 기록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명한 법학자 출신인 워런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과거 학술 저널에 발표했던 논문과 저서 내용은 물론, 상원 입성 후 표결 기록 등에 대한 점검을 최근 완료했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재임 시절 제자였던 댄 겔던을 곧 선임키로 했고, 보스턴 인근에 선대본부를 차리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기도 하다.
NYT가 소개한 상원의원 4명 중 유일하게 남성인 부커 의원은 벌써부터 내년 1월말이나 2월에 열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준비에 나섰다. 민주당의 선거전략가와 아이오와주 민주당원 등을 접촉하고 있으며, 이미 4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길리브랜드 의원의 경우, 선대위원장에는 현 수석보좌관인 제스 파슬러(남성)를 임명할 방침이지만 ‘성적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 인력 중심인 선대본부를 구성해 나가는 중이다.
이처럼 빠른 행보는 이들 4명 의원의 경우 민주당내 경쟁 구도에서 치고 나가려면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가장 유력한 야권 주자인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무소속ㆍ버몬트) 상원의원과의 경쟁 구도를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NYT는 특히 “(백인 남성인) 바이든이나 샌더스와는 달리, (여성 또는 흑인인) 이들 4명에겐 201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인 성별ㆍ인종적 다양성이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집토끼(핵심 지지층) 지키기’로 표현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을 둘러싼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부른 ‘국경장벽 건설’ 예산안 분쟁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나는 민주당이 국경안보에 합의하길 기다리며 백악관에 있다”는 트윗을 올리며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ㆍ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고 있지만, 맹목적인 벼랑 끝 정책에만 의존하면서 2019년에 위험하고 도전적인 길을 걷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현재로선 어둡다는 사실은 미 투자자들의 ‘베팅’ 경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치 베팅사이트 ‘프레딕트잇’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이날 ‘민주당’이라는 답변에 붙은 가격은 63센트, ‘공화당’ 답변의 가격은 38센트를 각각 기록했다. 이 사이트는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특정 시점에 그 결과를 확인, 베팅당 1달러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민주당’의 가격이 공화당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건 그만큼 민주당의 정권 탈환 가능성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는 걸 뜻한다.
물론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까’라는, 곧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인물’을 꼽아 보라는 질문에선 트럼프 대통령(31센트)이 바이든 전 부통령(13센트)와 해리스(11센트)ㆍ샌더스(11센트) 의원 등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모든 대선 주자들이 한꺼번에 출마하는 경우를 가정한 셈이나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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