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에 큰 진전”
시진핑 “조속한 합의 기대”
中, 지적재산권법원 설립
미국산 쌀 수입 첫 허용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갖고 무역 갈등과 한반도 현안 등을 논의해 주목된다. 새해 초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앞둔 때라 벌써부터 무역분쟁이 해결 쪽으로 물꼬를 튼 것 아니냐는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양국 정상은 북미 협상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 초 북미정상 회담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방금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면서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것은 모든 주제와 분야, 쟁점들을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 “양국 정상이 무역전쟁 90일 휴전에 합의한 지난 1일 정상회담 당시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신년 인사를 겸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특히 새해 1월 둘째 주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될 무역협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진행될 실무협상 등과 맞물려 이목을 끌고 있다. 일단 양측이 공개한 통화 내용은 의기투합이라고 해석해도 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무역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반복해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가 미중 양국과 다른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는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고, 시 주석도 “중미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양국 대표단이 호혜공영의 원칙 아래 조속한 합의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양국 협상 담당자들이 무역합의안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최고인민법원에 지적재산권법원을 설립해 내년 1월 1일부터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재권 보호는 미국이 무역전쟁을 전후로 중국에 강력히 요구해 온 핵심사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또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한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미국산 쌀도 수입하기로 했다. 이 역시 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 당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한 것과 맥이 닿는다.
인민일보는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했으며 시 주석이 “중국은 북미 양자가 대화를 지속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을 격려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통화에서 현재 소강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중국 측의 협조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미국은 그간 중국을 향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을 거듭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번 통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양국 간 협조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있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성과를 과시함으로써 자국 내 비판여론과 혼란에 빠진 시장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고 신년사 발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미중 간 유엔 대북제재 공조를 과시하려 했을 수 있다. 시 주석도 무역분쟁 해결 가능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국내외의 중국 경제 위기론을 진정시킬 필요가 크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정상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의견을 교환하는 건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미국의 무역협상 전략이 중국의 일방적인 굴복을 전제하는 한 새해 첫 협상에서 ‘윈- 윈’하는 합의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이란 두 축 모두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어 어느 하나라도 암초에 부딪치면 다른 쪽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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