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전참시’ 공 크지만
다른 인기 프로그램 없어 뒷말
개그우먼 이영자가 KBS에 이어 MBC ‘연예대상’의 대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가히 제2의 전성기다. 2007~2010년 동안 강호동과 유재석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중복 수상한 적은 있어도 여자 연예인이 2관왕을 차지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이영자의 대상 수상을 놓고 자격 논란 등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연예대상’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의 이영자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영자는 올 3월 시작한 ‘전참시’에서 세련되고 정교한 맛 표현으로 ‘먹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새로 선보인 MBC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유일하게 긍정적 평을 받아 MBC 체면을 살려줬다.
하지만 이영자 수상을 두고 시청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이영자와 함께 같이 대상 후보에 오른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도 역시 ‘대상감’이라는 것이다. 박나래는 이날 대상 후보들에게 주는 ‘올해의 예능인상’ 외에 굵직한 수상을 하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박나래가 ‘무관’에 그친 건 말이 안 된다” “공동수상은 이럴 때 줘야 하는 것”이라는 등 MBC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여자 예능인들의 맹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는데 이럴 때 이영자와 박나래에게 공동수상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지적들이다. 박나래는 ‘나 혼자 산다’에서 그야말로 희생 정신을 발휘해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전남 목포의 외갓집, 남동생의 결혼식, 죽마고우의 결혼 준비 등 사적인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을 책임졌다.
앞서 KBS ‘연예대상’에서도 이영자의 대상 수상이 논란이 됐다. KBS의 한 해를 정리하기엔 그가 KBS에서 도드라진 활약을 보인 게 없어서다. 지난 8년 간 KBS2 ‘안녕하세요’를 진행했으나 단 한번도 대상 후보로 지목된 적이 없었고, 9월부터 방영중인 KBS2 ‘볼 빨간 당신’도 평균 1~2%대의 시청률을 보였다. 그런데도 KBS는 이영자에게 대상을 안겼다. MBC ‘전참시’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영자에게 첫 여자 연예인 대상을 안겨주며 ‘화제성’을 먼저 채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예대상’ 논란이 이어지는 건 사실 지상파 방송에서 딱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없어서다. 올 한해 KBS와 MBC만 따져봐도 ‘전참시’ 외에는 성공한 프로그램이 없다. 대상 후보를 배출한 프로그램도 KBS는 ‘해피선데이-1박2일(김준호)’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동국)’ ‘불후의 명곡(신동엽)’ ‘해피투게더3’(유재석) 등 모두 방영된 지 5~17년이나 된 장수프로그램이다. MBC도 마찬가지. 대상 후보를 낸 ‘나 혼자 산다’(전현무ㆍ박나래)는 5년, ‘황금어장-라디오스타’(김구라)는 11년이 됐다. 새 프로그램이 없으니 같은 프로그램에서 수상자가 나오고 나눠주기 시상으로 이어진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2관왕이 된 이영자에게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건 지상파 방송의 연말시상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미 공정성이 사라진 연말시상식을 관성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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