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9개월 만에 온라인게임 허가를 재개했다. 한국 게임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 톈센트의 게임은 제외됐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게임 판매가 다시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전 세계 게임업계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국가신문광전총국은 전날 80개 온라인게임에 대한 판호(版號ㆍ게임 영업 허가) 발급 사실을 담은 ‘2018년 12월 온라인게임 승인 정보’를 발표했다. 판호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당국으로부터 받는 허가를 말하며 판호를 받지 못하면 신작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앞서 펑스신(馮士新) 공산당 선전부 판권국 부국장은 지난 21일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중국 게임산업 연례회의(CGIGC)에서 “일부 게임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곧 중국 내 판매가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의 일부는 중국 고전문학을 모티브로 하거나 다소간의 정치색 색을 띤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온라인게임은 중요한 사상ㆍ문화의 진지로 철저하게 중앙의 요구를 구현하고 인민의 생활과 경제발전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펑 부국장의 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업계 선두주자인 톈센트나 넷이즈의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 이후 판호를 발급받지 못해 톈센트와 손잡고 중국 진출을 노려온 한국 게임업계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경제매체 차이신(材新)망은 내년까지 3,000여개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국 정부가 언제든 발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상당하다. 실제 중국 당국은 폭력성과 청소년 게임 중독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게임 허가를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또 최근엔 온라인게임윤리위원회를 신설해 규제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는 올해부터 문화ㆍ미디어ㆍ콘텐츠산업을 공산당 선전부가 총괄하게 되면서 사상ㆍ문화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규모 330억달러(약 37조원)로 세계 최대인 중국에서의 잇따른 규제로 위축됐던 세계 게임업계는 중국 당국이 판호 발급을 재개한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펑 부국장의 지난 21일 발언이 전해진 이후 톈센트의 주가는 10% 이상 올랐다. 올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3% 감소했던 한국 게임업체들도 중국 시장 재진입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신규 게임 출시가 가능해지는 건 세계 게임업계에 확실히 고무적인 소식”이라면서도 “중국 정부가 사상ㆍ문화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 게임도 포함돼 있는 만큼 리스크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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