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약속했고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들 용균이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점검 업무 중 사고로 숨진 고(姑) 김용균씨 추모제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단상에 오른 김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왜 생때 같은 내 아들을 잃어야 하는지, 엄마는 억울해 미치겠다"며 "긴긴밤 홀로 그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 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 판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은 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며 "말로만 하는 약속, 위로는 필요 없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책임자 처벌이 안 된다면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유경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유족에게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조언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무조건 문 대통령을 만나 김용균씨가 원했던 것을 당당하게 얘기하라”며 “만나서 그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으로 듣고 다음 만남 약속을 잡아 실현됐는지 점검하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김용균이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 김용균과 함께 가자” 등 구호를 외치며 산업안전법 개정이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훈민 한국발전기술지부 분당지회장은 "(김용균씨와) 유사한 일에 종사하는 다수 노동자를 내 아들과 같다며 국회에서 며칠 동안 절박한 심정으로 애써 주셔서, 산안법 개정을 이뤄주셔서 감사하다"며 “용균이와 같은 젊은 청춘들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현장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김씨를 청와대로 초청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 중지 △발전소 상시ㆍ지속업무의 직접고용 및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만남 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가능할 때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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