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교수팀, 7,181명 분석결과
고령인이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쓰면 젊은 사람보다 보호 효과가 더 뛰어나지만, 실제 착용률은 저조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자전거 사고는 2007년 8,721건에서 2015년 1만7,366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전체 도로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에서 7.5%로 상승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차원철 교수ㆍ김태림 임상강사 연구팀이 2011∼2016년 전국 8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자전거 사고로 치료받은 환자 7,181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영국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Injury Prevention’)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우선 이들 환자를 헬멧 착용과 비착용자로 구분한 다음, 다시 20~65세 청ㆍ장년층(5,928명)과 66세 이상 노년층(1,253명)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헬멧 착용에 따른 효과를 보고자 직접적 보호 대상인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생기는 외상성 뇌손상(TBI)이 있는지 살피고, 심각한 후유 장애나 사망 등이 뒤따랐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자전거 이용 시 헬멧 착용에 따른 이점은 65세 이하 청ㆍ장년층(5,928명)이나 66세 이상 노년층(1,253명) 모두에게 확실했다. 헬멧 착용만으로 외상성 뇌손상과 치명적 부상 위험을 각각 28%, 2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이런 효과는 66세 이상 노년층에게서 더 뚜렷했다. 노년층의 외상성 뇌 손상 발생률은 헬멧 미착용 시 14.5%로, 청장년층의 7.9%보다 크게 높을 뿐 아니라 헬멧 착용자(4.9%)와 3배나 차이가 났다.
사고 경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유장애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한 결과, 헬멧을 쓴 고령인은 후유장애 발생률이 17.1%에 머물렀지만, 헬멧을 쓰지 않은 고령인은 이보다 높은 34.8%였다. 무엇보다 헬멧을 쓴 노년층에서는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 기록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차 교수는 “헬멧 착용률은 35세 무렵에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 추세를 보이다 65세 이후에는 20대보다도 착용률이 낮아졌다”며 “실제로 자전거 사고를 겪은 노년층 가운데 헬멧을 안 쓴 사람의 평균 나이가 73.7세로 쓴 사람(70.8세)보다 많았다”고 했다.
이는 젊을 때 헬멧을 쓰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헬멧 착용률이 증가하는 해외 사례와는 대조적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차 교수는 “자전거를 즐기는 고령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헬멧 착용 문화가 확산하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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