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최근 20년간 K팝이 구축해 온 세계 그 자체다.”
문화사회학자인 김성민(43) 일본 홋카이도대 준교수가 최근 낸 책 ‘케이팝의 작은 역사’(글항아리)에서 내린 평가다. ▦완성도 높은 팝 사운드 ▦칼군무라는 말을 유행시킨 완벽한 퍼포먼스 ▦퍼포먼스를 극한으로 시각화한 뮤직비디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과감한 메시지 발신 ▦방탄소년단 서사에 공감한 헌신적 팬덤. 이들이 하나가 돼, 방탄소년단이 K팝의 완성이자 정점이 됐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책은 ‘한국형 아이돌의 원형’인 소방차, ‘K팝의 기준점’인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시작해 ‘K팝을 전세계에 인지시킨 사건’인 싸이, ‘K팝 아이돌의 완성’인 엑소를 거쳐 방탄소년단에 이르는 K팝의 역사를 ‘흥분하지 않고’ 정리했다. ‘국뽕’도, ‘비하’도 피한 건조한 글쓰기여서, K팝 이론 입문서로 알맞다. 아이돌 이야기가 책의 거의 전부인건, K팝을 주도한 게 아이돌이어서다. 한국 아이돌의 역사가 곧 K팝의 역사다. K팝은 춤추는 아이돌이 하는 빈약한 음악도, 한국 대중음악 주변부에 불과한 수출용 문화상품도, 문화 다양성을 해치는 천편일률적 음악도 아니라고 저자는 반박한다.
그렇다면, K팝이란 무엇일까.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이 모두 K팝인 건 아니다. ‘세계적 트렌드로 소비될 것’, K팝의 핵심 조건이다. K팝은 한국(Korea)의 ‘K’와 팝뮤직의 ‘팝’을 합한 말에서 나왔다. 세계화를 향한 한국의 욕망과, 새로움을 찾는 팝의 욕망이 만나 폭발한 K팝은 이제 ‘보편의 팝’이 됐다. ‘한류’라는 틀에 집어 넣는 건 K팝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K팝은 미국 중심 팝의 문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음악이 됐다.
저자의 말. “2017년 아메리칸뮤직 어워드에서 체인스모커스는 방탄소년단을 ‘세계적인 슈퍼스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소개했다. 미국 방송은 방탄소년단과 관련해 ‘한국’보다는 ‘세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한 국가의 단위로는 파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세계적인 팝스타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의미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세계의 팝계가 원하는 것이며 K팝이 목표로 해 온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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