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감세 정책을 발표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추켜세웠다. 3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조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감세정책의 낙수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배는 불렸지만,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감면으로 2,000억달러(약 223조2,000억원)가량의 세 부담을 덜었다. 지난해 감세 법안 통과로 법인세는 35%에서 21%로 인하됐다. 월마트는 9월까지 최소 16억달러를 절감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같은 기간 최소 24억달러를 아꼈다. 이밖에도 AT&T는 22억달러를, 버라이즌은 17억5,000억달러, 애플은 45억달러를 절감했다. NYT는 “기업들의 이익이 전년보다 20% 증가했는데 이는 감세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세후 이익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적은 없었다” 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감세혜택을 통해 근로자 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기술분야 투자 등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감면받아 남은 돈을 대거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방어하는데 썼다. CNBC는 지난 18일 “올 들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1,000억달러에 달한다”며 “이는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경우 세금을 감면받은 돈으로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주가가 급락해 90억달러 이상을 잃었다”고 전했다.
물론 약속을 지킨 곳도 있다. 월마트는 올 초 기본 시급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올리고, 직원들에게 각각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BOA는 1,000만달러를 보너스를 지급하기는 했지만, 기술 변화를 이유로 일자리 5,000개를 줄였다. AT&T도 2억달러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나눠줬지만, 올 들어 1만명 이상을 해고했다. 웰스파고도 고객의 요구 변화에 따라 인력을 10%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세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응도 전같지 않다. 지난 2월 NYT가 서베이몽키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감세 정책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51%였는데, 이번달에는 47%에 그쳤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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