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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열고 유치원법 막은 한국당… “한유총 표심 잡고 보수정체성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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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열고 유치원법 막은 한국당… “한유총 표심 잡고 보수정체성 지켜”

입력
2018.12.28 18:42
수정
2018.12.29 0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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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법, 故 김용균씨 어머니 호소처럼 결정적 한방 없어

나경원 “여당안, 사적 가치 침해” 사학법처럼 정체성 문제로 봐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가 산회한 후 이찬열(오른쪽) 위원장과 박용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교육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적의원 14명 중 더불어민주당 7명과 바른미래당 2명의 찬성으로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왼쪽은 바른미래당 임재훈 간사. 연합뉴스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가 산회한 후 이찬열(오른쪽) 위원장과 박용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교육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적의원 14명 중 더불어민주당 7명과 바른미래당 2명의 찬성으로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왼쪽은 바른미래당 임재훈 간사. 연합뉴스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취지로 28년만에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김용균법)이 27일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유치원 3법’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리는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의 운명을 걷게 됐다. 김용균법과 유치원법 모두 여론의 지지를 받는 국민적 관심사였음에도 결과가 갈린 데는 무슨 속사정이 있는걸까.

28일 국회관계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당이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표 동원력을 의식해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균법은 대상자를 특정할 수 없지만 유치원법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지역유지로서 표 동원력을 자랑하는 사립유치원 원장 집단의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유치원 3법을 처음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결국 한유총 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 만한 ‘결정적 한방’이 나오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산안법의 경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했던 고(故) 김용균씨 모친이 국회 현장에서 눈물로 호소해 한국당의 응답을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친 반면, 유치원법은 지난 국정조사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로 생긴 국민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킬 요인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유치원법에 제동을 걸고 나선 근본 이유는 사유재산권이나 보수 정체성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대목이 결정적이다. 한국당은 유치원법이 사유재산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 주변에선, 한국당이 사립유치원 회계 처리 방식을 두고 여당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게 이유라고 전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사립유치원 자금을 국가관리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국당은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지 않고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이원화하자고 맞서왔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을 사적 기관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은 사적으로 설립됐지만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적 성격의 기관으로 본다”며 “이런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수진영 일각에선 사립유치원들이 개인의 재산으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가치를 지키는 문제로 비약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안으로 가면 사적 가치가 침해된다”며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의도 일각에선 “과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시절 사학법 반대 투쟁으로 보수진영이 결집한 사례를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한국당이 끝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더라도 유치원법 처리에 330일이 전부 소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상임위에서 180일을 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민 여론 조성과 여야 간 합의 수준에 따라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며 처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날 밝힌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 연계 방침 역시 유치원 3법의 처리를 앞당길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캐스팅보터’인 바른미래당이 이미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기 시작한 유치원 3법과 다음 번 본회의 처리를 약속한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별개라는 입장이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석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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