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시절 민간인을 군부대로 보내 ‘순화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가혹행위를 했던 삼청교육대 관련 계엄포고가 대법원에서 처음 위헌ㆍ위법으로 인정됐다.
28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981년 계엄법 위반으로 징역 10월 확정판결을 받았던 A씨가 낸 재심청구 재항고심에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후 같은 해 8월 사회악을 일소해 국가기강을 확립하겠다며 계엄포고 제13조를 발령했다. 이 계엄포고에 따라 전국 군ㆍ경 80만명이 동원된 이른바 ‘삼청작전’이 시작됐다.
그 해 8월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개전의 정이 없이 주민의 지탄을 받는 자 △불건전한 생활 영위자 중 현행범과 재범우려자 △사회풍토 문란사범 △사회질서 저해사범 등의 명목으로 전국에서 6만명이 영장도 없이 체포됐다. 군ㆍ경ㆍ검 합심제에 의한 등급 분류심사를 통해 A급은 군사재판 또는 검찰 인계, B급은 순화교육 후 근로봉사, C급은 순화교육 후 사회복귀, D급은 훈방됐다. 약 4만명이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서 혹독한 육체훈련을 받으며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A씨는 이 계엄포고에 따라 ‘불량배’라는 이유로 체포돼 근로봉사를 하다가 탈출했고, 이후 체포돼 탈출 혐의(계엄법 위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민주화 이후 A씨는 2015년 12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은 “필요 서류가 첨부되지 않는 등 법률상 방식을 위반했다”며 기각했다. A씨는 같은 법원 항고부에 항고했고, 항고심 재판부는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검찰이 불복해 재항고하자, 대법원이 이번에 A씨의 재심청구를 허용한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계엄포고 제13조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동요 우려가 있는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 당시 계엄법에서 정한 요건인 ‘군사상 필요할 때’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그 내용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삼청교육대 설치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 제13조의 위헌ㆍ위법을 규정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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