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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사건 ‘꼬리 자르기’... 사우디, 애꿎은 외무장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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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사건 ‘꼬리 자르기’... 사우디, 애꿎은 외무장관 교체

입력
2018.12.28 16:59
수정
2018.12.28 22:3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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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장관에 親왕실 인사 임명 등 빈살만에 힘 실어주는 개각 단행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약 3개월 만에 외무장관을 ‘친(親)왕실’ 인사로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난국을 쇄신하기 위한 카드인데, 사건의 몸통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건드리지 않고 애꿎은 실무진만 교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27일(현지시간) 새 외무장관에 이브라힘 알아사프 전 재무장관을 임명하고 아델 알주바이르 현 장관을 외교 담당 국무장관으로 전보하는 장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이 밖에도 미국 유학파로 대학교수 출신이자 왕실 고문인 하마드 알셰이크가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살만 국왕의 장남이자 1985년 아랍인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됐던 술탄 빈살만이 관광청장에서 국가우주국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신들은 궁지에 몰린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인사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왕세자를 지목하고 있지만, 사우디는 외무장관을 좌천시키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 발생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 나서며 왕실의 입장을 피력하는 ‘얼굴마담’ 역할을 해왔다.

‘친정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승진된 인물들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른바 절친들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국왕이 왕세자 사람들로 내각을 재편하며 권력을 몰아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에 좌천된 알주바이르 장관은 살만 국왕의 형인 압둘라 전 국왕 재임시절 왕실 통역사로 시작해 워싱턴 대사로 발탁된 인물이다.

아랍정책연구센터의 마르완 칼라반 수석 정책애널리스트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알주바이르 장관이 압둘라 전 국왕 쪽 인물로 통했기 때문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전부터 교체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며 “사우디 왕실이 적절한 시기에 카슈끄지 사건을 무마할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카슈끄지 사건의 여파로 대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란 분석도 나온다. 신임 외무장관에 임명된 알아사프 전 재무장관은 베테랑 경제 관료 출신의 국제 금융통으로, 세계 주요 재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경제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만큼, 해외 투자 활성화를 주도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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