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 첨단과학으로 줄인다 <하>침수 대응]
2010년 서울 광화문, 2011년과 그 이듬해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다. 도심 한복판의 갑작스러운 물난리로 시민들 안전이 위협받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일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관을 손보거나 차수막을 설치하는 땜질 처방만으로는 침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집중호우로 침수가 예상될 때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대피 시점과 경로다. 특히 밖이 보이지 않는 지하 공간이나 계단에 물이 차 오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급박해진다. 물 높이가 바닥에서 50㎝면 건강한 성인조차 움직이기 어렵다. 같은 높이만큼 눈이 쌓였을 때보다 더 걷기 힘들다. 계단이라면 경사 때문에 유속이 더 빨라져 사람의 의지만으론 대피가 거의 불가능하다.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기 전에 건물 안 사람들에게 안전한 대피 경로를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건물 주변과 내부의 수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게 필수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예부터 도심이나 건물이 아닌 하천을 중심으로 홍수나 침수에 대응해왔다. 때문에 도심에 수위계를 제대로 설치한 건물이 많지 않다. 초고층건물과 복합건축물의 침수 대응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복합재난대응연구단은 수위계를 직접 개발해 내년 중 보급할 계획이다.
연구단의 수위계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이다. 건물 내부에 설치된 수위계가 건물 주변 지상의 수위계, 같은 건물의 차수막이나 방수문과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집중호우 때 자체 수치나 건물 주변 수위계의 수치가 기준치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차수막이 작동해 이후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침수 위험을 관리자 등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인 수치를 토대로 예측해 건물이 스스로 방어하는 시스템이다. 연구단에 따르면 광화문과 강남역 침수 후 일부 건물들이 자체적으로 수위계를 설치했다. 하지만 계측 정확도가 불분명한 데다, 수위계를 확인하고 차수막을 수동으로 작동시키거나 설치할 관리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수위계를 건물 내 여러 곳에 설치하면 위치별 수위 변화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지하에선 상대적으로 물이 덜 들어오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알려서 안전한 대피를 유도할 수 있다. 이동섭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위원은 “수위계와 방수문, 대피 안내 등을 모두 연계하는 IoT 기반의 침수 대응 시스템은 전례가 없다”며 “내년에 선보인 뒤 보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침수 대응 기술은 연구단이 구축하고 있는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진과 화재, 침수를 모두 대비하는 시스템이다. 김현우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이 외에 다른 재난 대응 기술도 추가로 개발, 적용해 통합 재난대응용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모듈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내년 11월까지 이 연구에 총 약 270억원을 지원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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