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국제사회 공공의 적이 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국제사회 복귀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ㆍ이집트 등 걸프 국가(아라비아 반도 주변국)를 중심으로 한 아랍연맹이 8년 전 회원 자격을 박탈한 시리아의 복귀 절차를 준비 중이고, 핵심 걸프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관을 폐쇄 약 7년만에 다시 열기로 했다.
AFPㆍ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압둘하킴 나이미 주시리아 UAE 대사대리는 다마스쿠스에 있는 대사관 재개설 행사에 참석해 자국 국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2012년 2월 UAE가 시리아 폭력사태를 규탄하며 대사관 폐쇄를 선언한 지 대략 6년 10개월만이다. UAE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사관 재개설은 “두 형제와도 같은 국가의 관계를 되살릴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이자 “아랍 국가의 시리아 독립ㆍ주권ㆍ통합ㆍ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에서 UAE는 다른 아랍 국가들처럼 시리아 반군 세력을 지지했지만,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도 완전히 부정적이지는 않은 국가로 분석돼 왔다. 시리아 친정부 매체 알마스다르는 UAE가 대사관 재수립을 계기로 아랍 국가와 시리아 사이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랍 국가의 맏형격인 사우디의 암묵적 지지 없이 UAE가 일방적으로 대사관을 다시 열었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는 않기에, 이번 결정에 사우디의 의중이 작용했으리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랍연맹도 복귀 검토 중
비록 서방이 여전히 아사드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적어도 중동 일대에서는 그의 국제사회 복귀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6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2011년 시리아를 추방한 아랍연맹이 회원국 자격 복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아랍연맹 핵심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아랍연맹 회원국 자격 회복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아랍연맹의 호삼 자키 사무부총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이 문제(시리아 복귀)에 공감대가 형성되진 않았다. 하지만 아랍 연맹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아랍연맹 소속 국가 중 하나인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16일 시리아를 방문했는데, 외교가에서는 사우디를 대리해 아랍연맹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시리아도 알리 맘루크 국가정보국장을 지난주 이집트로 공식 파견하며 외교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사우디, 이란ㆍ터키 견제 위해 시리아 재건 비용 대나
가디언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는 시리아를 아랍연맹으로 끌어들여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내전 기간 시리아와 긴밀해진 이란을 견제하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IS와 시리아 쿠르드족을 노골적으로 겨냥하며 세력 확장을 꾀하는 터키도 아랍 국가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존재다.
시리아 입장에서도 걸프 국가가 내미는 손을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 4,000억달러로 추산되는 시리아 재건 비용을 부유한 걸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내전 기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입장이었던 러시아나 이란은 대규모 재건 비용을 지불할 형편이 못 되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는 아사드 독재 정권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대신 시리아를 재건할 비용을 쓰겠다고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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