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운영위 출석키로]
조 수석 “맞으며 가겠다”며 버티기 “앞뒤 안맞는 행보” 비판 받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유한국당의 거듭된 국회 운영위 출석 요구에 사실상 ‘버티기’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뜻을 접고 31일 국회에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이른바 김용균법) 등 민생법안 통과가 우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육지책에 따른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조 수석이 앞서 든 불출석 논리가 힘을 받지 못하고 묻힌 모양새가 됐다.
조 수석은 앞선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찰의) 1차 수사가 종료돼 사실관계의 윤곽이 드러나면 기꺼이 국회에서 답변하겠다”며 불출석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를 놓고 일만 터지면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며 정치 공세를 펴려는 야당의 관행도 문제지만,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민정수석실 사안에 조 수석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사진에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으며 가겠다’며 정면 대응을 예고하는 듯한 문구를 적은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발언을 삼가는 것은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번 사안은 정부 기강이 흔들리는 차원의 문제였으므로 오해가 있다면 직접 나서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및 여권 인사 감싸기 논란 등 야당의 공세와는 별개로 내부 비밀 자료를 외부에 공개한 전 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일탈에 대한 관리 책임은 분명히 조 수석에게 있는 만큼 국회 출석을 마냥 거부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정수석으로서 관리 책임에 대해 국회에 나와 진술할 의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있는 것”이라며 “민정수석 발언이 자칫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식의 관행적 해명을 내놓기보다는 차라리 국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두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수석이 한국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신분이라 “묵비권 행사 등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국회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권의 논리도 궤변에 가깝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무성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에 나오더라도 수사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질타했던 여권이 또다시 민정수석 감싸기에 나선 모습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에서조차 이날 대검찰청이 김 수사관의 중징계 감찰 결과 발표 전 조 수석이 국회 출석에 응하고 적극적으로 사태 진화에 나섰어야 한다는 실기론이 제기된다. 이날 김용균법 통과를 위해 문 대통령이 조 수석에게 출석 지시를 내린 것도 결국은 조 수석 논리가 여론을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 민정수석은 청와대 직원 비리가 생기면 국정감사에 출석한다는 원칙을 지켰고, 이는 조 수석과 민정수석실의 방침이었지만 (국회에) 중요 법률이 걸려 있어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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