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미군기지 방문은 느닷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전용기의 동선이 노출되는 등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독일에 있는 한 SNS 사용자는 트위터에 ‘한 시간 반 전에 호출 신호가 ‘RCH358’인 항공기를 추적했다. 겉모습을 보면 두 대뿐인 VC-25A 중 한 대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 있는 미군부대를 방문하려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사진 공유사이트인 플리커의 한 사용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이라크 알아사드의 미 공군기지로 향하기 위해 영국 요크셔 상공을 날아가는 사진을 올렸다. 폴리티코는 “항공기 호출신호를 근거로 대통령이 전쟁 지역으로 향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추정글이 올라온 게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동선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보잉 VC-25A는 보잉 747 변형 기종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들이 여럿 포착됐다. 트위터를 끼고 살다시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갑자기 조용해진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약 20시간을 트위터에서 침묵했다. 지난 4일간 트럼프 대통령은 30회가 넘는 트윗을 트위터에 올렸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몇 주 내로 전쟁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고 이라크 방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발표한 26일의 대통령 공식 일정이 없는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밖을 지키던 경호요원들이 사라진 것도 또 다른 실마리로 꼽힌다.
보안 유지에 실패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단체 설립자 폴 릭호프는 “한 소식통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의 미군 주둔지를 방문한다고 말해줬다”며 “아직 공식 발표가 안 났는데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것은 불편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대통령 동선에 대한 철통 보안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과거 정부들의 모습과도 대조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을 당시 백악관은 공식 발표 전 아프간 현지 매체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보도하자, 공개할 시점이 될 때까지 해당 내용을 부인하는
연막작전을 펴기도 했다. 심지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전쟁 지역에 갈 때보다도 허술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 기
지를 방문했는데, 눈에 띄지 않는 C-17 수송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아프간으로 날아갔으며, 카불의 대통령궁까지는 한밤 중에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