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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는 길고 난해해… 어른 위한 ‘손바닥 시’도 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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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는 길고 난해해… 어른 위한 ‘손바닥 시’도 쓸 계획”

입력
2018.12.28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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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 ‘손바닥 동시’의 유강희 시인 

59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 ‘손바닥 동시’를 쓴 유강희 시인은 “시심만 있다면 누구나 손바닥 동시를 쓸 수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강희 시인 제공
59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 ‘손바닥 동시’를 쓴 유강희 시인은 “시심만 있다면 누구나 손바닥 동시를 쓸 수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강희 시인 제공

‘뾰뾰뾰 뾰뾰뾰뾰 / 뾰뾰뾰 뾰뾰뾰뾰 / 뾰뾰뾰, 뾰뾰뾰뾰뾰’. 다짜고짜 퀴즈. 이 3행시의 제목이 뭘까. 시어의 뜻을 찾지 말고 마음으로 느껴보자. 답을 알게 되면 ‘아하’ 감탄사가 절로 나올 테니. 새싹이 뾰족뾰족 돋는 모양을 닮은 ‘ㅃ’과 ‘ㅛ’,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소리 같은 ‘뾰뾰뾰’. 그래서 시 제목은 ‘봄’이다.

이 시를 쓴 유강희(50) 시인은 동심에서 길어 올린 3행시에 ‘손바닥 동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본의 하이쿠와 중국의 절구, 한국의 시조처럼 짧은 시를 효과적으로 계승해 현대화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형식 실험이다. 손바닥 동시는 3장으로 이뤄진 시조에서 각 장의 첫 구만을 취한 ‘글자 수 3ㆍ4(1행) 3ㆍ4(2행) 3ㆍ5(3행)’를 기본 틀로 창작됐다. 앞에 소개한 ‘봄’이 여기에 꼭 들어맞는 예다. 10년 넘게 새로운 시 장르를 탐구한 시인의 노력은 올해 동명 동시집(창비) 출간과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으로 열매를 맺었다. “요즘 시는 지나치게 길고 난해해요. 시에는 여백이 있어야 합니다. ‘손바닥 동시’에는 저 나름의 경계와 반성, 성찰도 담겨 있습니다.”

손바닥 동시의 핵심은 ‘생명심’이다. 생명심은 유 시인이 ‘생명’과 ‘동심’을 합쳐 만든 단어다. “오리, 나무, 꽃, 풀, 바람, 구름, 빗방울, 별, 돌멩이처럼 아주 작고 흔하고 사소한 존재들에서 생명의 고갱이가 더 잘 보여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곧 생명심이고, 이를 옮겨 적으면 손바닥 동시가 됩니다. 저에게 자연과 동심은 같은 말이에요.” 지난해 쉰이 다 되어 얻은 딸을 키우면서 시심은 더 투명해졌다.

유 시인은 1987년 19세 나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돼 등단했다. 그의 천재성을 눈여겨본 이가 대학 선배인 안도현 시인이다. 안 시인은 결혼이 늦은 그를 안쓰러워하며 신랑감으로 추천하는 기고글도 썼고, 그가 운명처럼 짝을 만나 결혼하게 됐을 때 주례를 섰다. 그에게 동시를 써 보라고 권유한 이도 안 시인이다. 유 시인은 “동시를 쓰면서 사물을 유연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덕분에 시를 쓰는 일도 더 좋아졌다”고 웃었다. 두 번째 시집 ‘오리막’(문학동네) 이후 동시집만 4권을 출간한 그는 지난 11월 오랜만에 시집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문학동네)를 냈다.

유 시인은 “어른을 위한 ‘손바닥 시’도 쓸 계획”이라며 “시가 독자들과 가까워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손바닥 동시는 보물찾기와 비슷합니다.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을 함축과 은유로 감추고, 독자는 시어와 행간 사이를 누비며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죠. 이 과정을 놀이처럼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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