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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난' 동물들에 대한 애도... "그러나 부담없는 책 되길 바랐죠”

입력
2018.12.28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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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수상작 ‘고기로 태어나서’의 한승태 작가 

'고기로 태어나서'로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을 수상한 한승태 작가. 고영권 기자
'고기로 태어나서'로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을 수상한 한승태 작가. 고영권 기자

작가가 넘치는 시대, 그는 ‘진짜’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작가다. 한승태(37). ‘고기로 태어나서’를 그는 ‘몸’으로 썼다. 글은 원래 몸으로 쓰는 거라지만, 취재도 몸으로, 아니 몸 던져 했다. 2013년 4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전국의 닭, 돼지, 개 농장 8곳을 옮겨 다니며 ‘고기 산업’을 캤다. 말을 못해서, 살이 맛있어서, 사육하기 좋아서 슬픈 동물들의 수난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닭, 돼지, 개들이 나고 자라고 도축돼 팔려 나가기까지의 과정은 더 보탤 말 없이 반(反)생명적이다. “양계장에서 일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은 업보를 믿는 사람이다”는 한 작가의 문장에 모든 잔인함이 압축돼 있다. 그래서 고기를 먹지 말자는 걸까. 지난 25일 만난 한 작가는 “먹어도 정확히 알고 먹자는 뜻”이라고 했다.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정보와 눈으로 목격한 현실이 너무 달랐다. 소비자로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는 건 문제 아닌가. 나 스스로 고기를 끊지는 못했지만, 줄여 가고 있다.”

책은 잠입 르포다. 한 작가는 ‘초보 노동자’로 농장에 취업해 지냈다. 그가 책에서 ‘힘 쓰는 고기’라고 표현한, 축산업계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던 이유다. 동물이 동물 이하의 취급받는 곳에서 노동자라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리 없다. 동물 배설물과 시체 썩는 냄새가 365일 진동하는 곳까지 흘러든 ‘저렴한’ 노동자라면 더욱.

그럼에도 그저 비장하지만은 않다는 게 책의 미덕이다. 교양과 지식이란 정좌하고 쌓아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책은 맞선다. 한 작가의 글쓰기가 유쾌해서 그렇다. 정책, 통계는 거의 넣지 않고 인물과 서사로 책을 채웠다.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즐거운 책이 되길 바랐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넘겨 볼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한 경험을 기록한 ‘인간의 조건’(2013)이 그의 첫 책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하라는 부모님 말씀 어기고 집에서 나왔다. 원룸 보증금 구하려고 일하기 시작한 게 어쩌다 보니 책이 됐다. 다음 책은 노동이 아닌 다른 걸 쓰려고 한다.”

한 작가가 만난 ‘작가의 조건’은 팍팍하다. 한국출판문화상 상금(500만원)보다 지난해 연간 소득이 적었다. 그런데도 왜 책을 계속 쓰려는 걸까. “사람 마음속엔 구멍이 하나씩 있다. 내 구멍은 책을 쓰는 동안 뭔가로 채워지고 작아진다. 책은 나를 온전한 존재가 되게 한다. 힘들지만 출판계 게임의 규칙이 이렇다면 어쩔 수 있나.”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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