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희상ㆍ정세균 등 전현직 국회의장 초청 오찬
문 대통령, 농업인들엔 “힘센 소도 경운기를 대신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ㆍ현직 국회의장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여권 원로 정치인들로부터 국정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고 한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경제 상황은 여의치 않은 데다 특별감찰반 논란 등 각종 악재는 쌓여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며 국정 운영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민주당 원로 선배 정치인들과 낮 12시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청와대에서 점심을 함께했다”며 “오찬은 연말연시를 맞아 민주당을 이끌어온 원로 정치인들로부터 고견을 듣고자 하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오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원기ㆍ임채정ㆍ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올해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진전을 이룬 것은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원로들은 또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내년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김원기 전 의장은 “임기를 마칠 때 박수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그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특별한 주제나 방향을 갖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고 힘을 합쳐서 해나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참석자들이)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 참석자는 또 “의원들을 많이 만나고, 각계각층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경제 문제와 관련, “대통령 스스로 경제가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었고, 대통령이 아닌 동석자 중에서 ‘현재 경제 상황을 오히려 왜곡하고 있는 경우나 유난히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흐름이 있는데 그런 건 어쩔 수 없지만, 뜻을 가지고 잘 해 나가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앞으로 의견들을 잘 들어서 해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참석자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원로들을 초청한 것이고, 국회의장을 맡았는지는 초청 기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농업인 초청 간담회를 갖고 “아무리 힘이 센 소라도 경운기를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이제 시대의 흐름을 우리가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과학적 데이터 분석에 입각한 스마트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스마트 농정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연례적 수급 불안으로 농축산물 물가 상승의 변동 폭이 커지면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농촌경제의 근간인 쌀값이 80㎏ 한 가마당 올해 19만3,3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 26.2%가 인상됐다”며“농민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쉽고 부족하겠지만, 도시 소비자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쌀값이 상당 부분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도시 소비자의 부담도 함께 생각하며 꾸준히 쌀값이 올라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개호 농림식품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농어업ㆍ농어촌 특별위원회 설치 △공익형 직불제 개편 등 문재인 정부 농정혁신 방향도 발표했다. 대농(大農)이 꿈인 만15세 소년농부 한태웅 군은 직접 생산한 햅쌀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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