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ㆍ승무원 밀수에 동원…관세청, 검찰 고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 의혹을 수사해온 인천본부세관이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모녀 3명을 관세법 위반으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의 밀수를 도운 대한항공 직원 2명도 함께 고발됐다.
27일 인천세관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을 포함한 세 모녀는 2009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60회에 걸쳐 해외 명품, 생활용품 등 1,061점(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회에 걸쳐 가구, 욕조 등 132점(시가 5억7,000만원 상당)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이 전 이사장은 해외에서 구입한 3,700만원 상당의 그릇과 과일 등을 46회 밀수입하고, 자택에서 사용할 5억3,600만원 상당의 가구 등을 27회에 걸쳐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허위 신고했다. 조 전 부사장도 해외에서 구입한 9,800만원 상당의 의류, 가방 등을 213회에 걸쳐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을 이용해 밀수입하고, 3,100만원 상당의 개인용 가구 등을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신고했다. 조 전 전무는 해외에서 선물 받은 1,800만원 상당의 반지와 팔찌를 밀수했다.
이들의 행동은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명품이나 가구 등을 해외에서 구매하도록 지시한 뒤 대한항공 위탁화물이나 승무원을 통해 국내에 반입하고, 인천 공항 근무 직원이 찾아 전달받는 수법 등을 썼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회사 자원을 사유화해 밀수입 등 범죄에 악용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증거를 인멸하고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이들의 기소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관세법에 따르면 밀수입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 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4월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에 이어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항공기와 소속 직원을 동원해 해외 명품 등을 밀수입해왔다는 제보가 쏟아지자 수사에 착수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