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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 새는 한빛원전 균열 조사 결정… “최악 상황 가정해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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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 새는 한빛원전 균열 조사 결정… “최악 상황 가정해 대비해야”

입력
2018.12.28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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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유 원인 해결하면 문제 없어” 

 한수원 측 한 달 넘게 끌다가 

 주민들 ‘전체 조사’ 의견 수용 

 전문가들, 안일한 접근 방식 비난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공극에 이어 윤활유 누유까지 발생했다. 한빛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선 270ℓ의 윤활유가 새 나왔다. 격납건물 콘크리트 어딘가에 균열이 일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민들 걱정이 크다.”(이하영 전남 영광군 영광읍 전 농민회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도 윤활유가 콘크리트의 미세한 틈새로 나올 수 있지만 격납건물 안전성엔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빛 4호기의 윤활유 누유양은 전체의 10% 미만이라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이동국 한국수력원자력 기계설비팀장)

원전 기술 자립의 계기가 된 한빛 3ㆍ4호기를 포함한 한빛 원전 격납건물 등에서 공극(빈 공간)과 윤활유 누유가 발견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안전관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만큼 작은 위험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 될 게 없다’고만 하는 한수원의 접근방식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한빛원전 안전성 확보 민관합동 조사단에 따르면 지역주민들과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은 지난달 21일 전남 영광군의회에서 제8차 회의를 갖고 윤활유 누유부 12곳이 발견된 한빛 3ㆍ4호기의 격납건물 균열 가능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전휘수 한수원 발전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균열부위가 확인되면 주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격납건물은 원전에서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둥근 돔 행태의 설비로, 철판과 콘크리트로 이뤄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처럼 원자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 달 넘도록 조사 방법 등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하다 이날에야 한수원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간 주민들은 격납건물 균열 가능성이 우려되는 만큼 윤활유 누유부 12곳 모두를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빛 원전 4호기 격납건물에선 콘크리트 두께(120㎝)의 3분의 1 깊이에 해당하는 38㎝ 깊이 공극을 포함해 44개의 공극이 무더기로 발견된 데다, 윤활유도 4곳에서 흘러나왔다. 한빛 3호기 격납건물도 8곳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한수원은 윤활유가 특히 많이 새어 나온 한빛 4호기 격납건물 1개 누유부 안쪽으로 콘크리트를 60㎝가량 파내 내부 윤활유 관을 조사ㆍ보수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주장해왔다.

민관합동조사단에서 민간환경ㆍ안전감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하영 전 회장은 “원전 격납건물 자체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한수원은 윤활유 누유는 우려할 사안이 아니고, 누유 원인만 해결하면 문제 되지 않을 거란 입장을 고집해왔다”며 “이제라도 주민 우려를 받아들여 누유부 전체를 조사하기로 한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한수원은 국외 전문가를 섭외해 한빛 3ㆍ4호기 격납건물 누유부 12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한빛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한빛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원전 전문가들은 공극과 윤활유 누유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격납건물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평상시에는 공극과 콘크리트 균열이 있어도 큰 상관이 없지만 내부 압력이 10배 이상 올라가는 원전 사고 발생 시 과연 구멍 뚫리고 금이 간 격납건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사례가 미국ㆍ스웨덴 등에서 오래전 보고가 됐는데 한수원은 뒤늦게 대처하면서 그마저도 적극적이지 않다”며 “격납건물의 부식된 철판이 과연 사고 시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을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격납건물에서 철판은 방사성 물질 유출을 방지하고, 콘크리트는 급증한 내부압력 견디는 역할을 한다. 2016년 한빛원전 2호기 격납건물의 135개 지점에서 철판 부식이 발견되는 등 현재까지 한빛원전 1~4호기 모두 격납건물 철판 부식이 발생했다.

한빛원전의 부실공사는 한수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과거 부실 시공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한빛원전 4호기 공사는 현대건설이 맡았다.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한빛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에선 올해 쇠망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지금이라도 공극과 균열 조사를 철저히 해 격납건물이 정말로 안전한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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