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노사협의회 참여 정홍준 한국노동硏 부연구위원 “정부도 사측도 적극 나서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다시 불을 붙였다. 5개 발전공기업은 발전시설에 석탄을 공급하는 등의 연료운전업무를 김씨와 같은 하청업체 직원(파견ㆍ용역 근로자)에게 맡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따라 파견ㆍ용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가 구성돼 이들의 전환 여부를 논의했지만 1년 내내 지지부진한 상태다.
각 사가 운영하는 4개 협의회(태안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은 협의회 미운영) 중 3곳에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하는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년여간 협의회 활동을 떠올리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27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사전준비에만 3, 4개월이 걸렸고, 시작한 후에도 회의 때마다 양측은 자기 주장만 반복할 뿐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측은 연료운전업무는 발전소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무이고 전력 생산은 시민 안전과도 관련이 깊으므로 정부의 가이드라인(국민의 생명ㆍ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는 직접고용)에 따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발전사측은 이들이 전환 예외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연료운전과 정비 등 업무가 가이드라인상 정규직 전환 예외 기준인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의 속내는 다른 데 있었다고 정 연구원은 봤다. 그는 “사측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먼저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해줘야 따를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율적으로 전환 결정을 하라며 각사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운영하게 했지만, 정작 발전사는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꼴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발전사의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에너지산업의 민간개방 정책에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10년 넘게 민간개방을 추진하면서 자회사 지분이 민간으로 넘어갔고 원래 정규직이던 직무도 비정규직 고용이 된 것”이라면서 “정부가 정책 방향은 재설정하지 않고 정규직화만 추진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당정 협의로 통합 노사전문가협의회 운영을 결정한 데 정 연구원은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같은 구조로 운영되는 발전사가 함께 문제를 풀면 협의가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다만 산업부 등 중앙정부가 협의회 운영에 관심을 갖고 사측이 적극 협의에 참여해야 성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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