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내세우는 행태에 제동
차부품 ‘다스’ 근로자들 승소 확정
대법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아냐”
재계 “형식적 논리로만 판단”
애초 노사 단체협약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나온 대법원 판례 변경에 따라 다시 통상임금에 넣자고 소급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통상임금 소급 적용을 거부하는 행태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수당, 연차수당, 육아휴직급여, 출산휴가급여 등의 산출근거여서, 소급 적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재계는 반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다스의 근로자 곽모씨 등 3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법정수당ㆍ중간정산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곽씨 등은 2010년과 2012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회사 측과 체결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대법원이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자, 곽씨 등은 곧장 회사를 상대로 소급 적용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단체협약이 체결된 2010년 8월부터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3년 12월까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법정수당과 중간정산퇴직금을 다시 산정하고, 미지급분을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노사가 당초의 약속(단체협약)을 통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던 정기상여금을, 근로자들이 다시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권리행사나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맞게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느냐가 사건의 쟁점이다.
1ㆍ2심은 △회사의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소송 결과에 따라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의 약 15%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소급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법정수당과 중간정산퇴직금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더라도 이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 준 판결에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회사 재정 상황을 주요 근거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없다는 식의 형식적 논리로만 판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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