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불교 군종(軍宗ㆍ신앙생활을 돕는 병과) 장교를 선발할 때 조계종 외에 다른 종단을 배제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27일 나왔다.
2001년 군종법사(불교 분야 군종 장교)로 임관한 공군 소령 A씨는 2008년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아 결혼을 준비하던 중 외국 연수를 가게 됐고 2009년 3월 조계종은 결혼을 금지하도록 종헌을 바꾸었다. 귀국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혼인신고를 미뤘으나 2011년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신고 후 2015년 조계종에서 제적된 A씨는 군종 장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태고종으로 종단을 바꾸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국방부가 군종법사는 조계종만 인정한다는 이유 등으로 A씨를 현역복무 부적합으로 판정해 전역 처분을 내린 것. 이에 A씨는 “군종법사를 조계종 종단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기독교의 경우 장로 감리 침례 등 10여개 교단에서 군종 장교를 선발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불교는 1968년부터 50년간 조계종 종단으로만 군종 장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감사원 역시 2014년 “조계종 출신만 군종 장교로 임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지만, 국방부 군종장교운영심사위원회는 종단 간 갈등 유발 등을 우려해 다른 종단 진입을 부결했다. 심사위는 앞서 2004년과 2013년, 천태종이 제기한 군종 장교 선발 대상 종단 지정 신청도 부결했다. 국방부 장병 중 불교신자는 6만6,000명으로 이 가운데 태고종은 1만여명, 천태종은 6,000여명으로 파악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병역법은 군종 장교 선발 시 특정 종단을 한정하지 않는데도 국방부가 조계종 종단에 한정해 운영한 것은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권 침해”라며 “종단 간 합의가 선행 조건이라는 이유로 타 종단을 배제해 운영하는 현행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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